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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체코판 인어공주'... 틀에 박힌 해석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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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체코판 인어공주'... 틀에 박힌 해석은 아쉬움

입력
2016.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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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루살카'에서 2막 궁정 연희 장면에서 노래하는 루살카.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루살카'에서 2막 궁정 연희 장면에서 노래하는 루살카. 국립오페라단 제공

“달님, 잠깐 멈추어 내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해줄래요? 그이에게 말해 주세요. 은빛 달님, 내 두 팔이 그를 안고 있으니.”

1막 아리아 ‘달에 바치는 노래’가 끝나자 무대 위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이 작품으로 2011년 스위스 바젤국립극장 주역을 꿰찬 소프라노 서선영은 등장부터 3막 아리아 ‘내 인생은 찢기어지다’를 부를 때까지 풍부한 성량과 깊은 감성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유럽에서 활동했던 서선영은 이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26일 프레스 리허설로 본 오페라 ‘루살카’는 매력적인 요소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아리아, 반주 역할 이상의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인어와 왕자를 자연과 문명의 대립으로 풀이한 근대적 해석과 가수에 따라 기복이 심했던 성량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체코판 인어공주 이야기로 불리는 ‘루살카’는 작곡가 드보르자크가 1901년 프라하에서 발표한 3막 오페라. 왕자를 사랑했던 물의 요정 루살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루살카가 인간이 되면서 말을 잃어버리는 설정 상 1막 남녀 주인공 이중창을 테너 홀로 부르거나, 2막 문명세계로 건너온 루살카가 방황하는 모습을 노래가 아닌 폴로네즈풍 오케스트라 연주로 대신하는 등 지금까지의 문법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오페라 연출의 단골 소재로 꼽힌다.

김학민 표 ‘루살카’는 루살카로 대표되는 물과 자연, 왕자로 대표되는 불과 문명을 대비시키는 전형적인 해석이지만, 동화적인 미장센으로 세련된 무대를 만들어냈다. 달빛 푸른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1막에서, 루살카의 아리아와 함께 사막 뒤로 펼쳐지는 정령들의 공중 군무는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3막에서는 버림받은 루살카를 상징하듯 시린 초승달 아래 황폐한 숲의 풍경이 그려진다. 2막 궁정 파티 장면은 관객의 호오가 엇갈릴 듯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을 패러디해 남녀 무용수들이 인간 세계의 향락을 보여준다. 영화 속 가면 무도회는 엄격한 규칙 아래 퇴폐를 연출했는데, ‘루살카’는 이미지만 차용한 듯한 인상이다.

루살카 역의 서선영을 비롯해 마녀 예지바바(양송미), 외국 공주(정주희) 등 여성 소프라노는 시원한 목소리로 무대를 압도한다. 왕자 역의 테너 권재희는 성량이 작아 실제 공연에서는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애초 프랑스 연출가 드니 클리프를 초청했지만, 김학민 단장과 이견이 생기면서 김 단장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정치용 지휘, 박동우 무대, 김용걸 안무, 조문수 의상 등 주요 제작진을 국내파로, 주인공 루살카를 비롯해 루살카의 아버지 보드닉, 왕자 등 모든 배역을 젊은 성악가로 채웠다. 루살카에 이윤아, 외국 공주에 이은희, 왕자에 김동원이 더블캐스팅됐다. (02)580-3540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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