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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하나… 도시 재생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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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하나… 도시 재생의 민낯

입력
2016.04.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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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ㆍ입찰 등 행정 절차 거치는

전국의 문화 도시재생 사업들

재개발 패러다임에 머무르며

토목ㆍ건축 앞세우고 문화는 뒷전

서울 대학로 뒤편 낙산의 ‘꽃 계단’과 ‘물고기 계단’이 테러를 당했다. 2006년 문화부가 추진한 새로운 공공미술프로젝트 ‘아트인시티 2006’의 기획사업으로 진행한 낙산프로젝트의 핵심 작품이 사라진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은 공공미술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속사정은 좀 다르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주민이 흰색 페인트로 이 작품들을 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는 집세가 올라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도 거리가 먼 일이다. 자신의 재산권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의 일탈적 욕망이 만들어낸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공유 공간에 공적 재원을 투여해서 조성한 공공예술 작품을 덮어버리는 것은 공유재산을 훼손한 일이며, 예술적 표현물의 동일성유지 원칙을 어겨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유재산을 해치는 문화파괴다. 이러한 반달리즘은 상징가치가 높은 예술작품이 도시 재생 국면에서 수행해야 할 공공성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며, 전시장이라는 보호막을 벗어난 예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사업들 가운데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표방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말만 화려한 문화적 도시재생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재)개발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책 의제로는 문화를 표방하면서도 실행 단계에서는 토건만을 앞세운다면, 그것은 안타깝게도 참담한 반문화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들은 낭만적인 성공 신화가 들려주는 문화프로젝트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도시재생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갈등의 현장이다. 그것은 토목과 건축을 앞세워 구간 내의 모든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재개발과 유사한 패러디임으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율공공실천회의준비위원회가 지난 19일 토론회를 열어 성수동을 중심으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고 있다. 안해룡 제공
자율공공실천회의준비위원회가 지난 19일 토론회를 열어 성수동을 중심으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고 있다. 안해룡 제공

자율공공실천회의준비위원회(자공실)는 지난 19일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과제: 성수동에서’라는 토론회를 열어 ‘인천 배다리마을’(강원재)과 ‘서울 세운상가’(민운기) 사례와 더불어 ‘성수동 도시재생사업’(김윤환)을 들여다봤다. 유창복, 윤전우, 이은애, 임주환 등 사회적 경제활동가들도 토론자로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지역공동체 참여 중심의 계획 수립과 주민 주도의 재생 실천에 주목했다. 문화적 도시재생이라는 명분이 어떻게 실행 계획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특히 성수동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형 도시 재생의 정책 현황과 관련한 법ㆍ제도적 과제들을 숙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화 재생을 강조하는 도시재생사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시 재생과 만난 예술이 어떻게 하면 자율성과 공공성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형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일은 주체화되지 않은 주민들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답을 듣는 데 그치고 마는데, 서울시 행정은 이러한 일방주의에서 탈피하려고 애쓰는 분위기다. 민관 협치 방식으로 주민들과 대화하고 마을 공론장을 세우고 그 속에서 사업계획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도시 재생의 목표와 절차, 결과에 이르는 일련의 일들을 주민들과 상의하고 협의해서 모종의 합의 도출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성수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은 다섯 개의 시범사업 가운데 하나로 성수동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동구는 이미 건물주와 세입자의 상생협약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후과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모양새로 봐서는 주민의 자발성을 토대로 문화적 도시 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토목과 건축이 주도하는 토건 패러다임은 주민주체와 만나는 일에 관심이 없거나 이를 등한시하기 십상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주민의 주체성과 자발성이다. 주민주체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주체적인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화동 벽화마을 '물고기 계단'의 훼손 전(왼쪽)과 후 모습.
이화동 벽화마을 '물고기 계단'의 훼손 전(왼쪽)과 후 모습.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 재생은 토건 패러다임에 따른 사업 설계로 주민과의 대화나 협의, 민관 협치 등의 열린 행정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관치 행정을 그대로 방치하면 수조 원의 예산이 딱딱한 행정구조 아래서 집행될 게 뻔하다. 공모와 입찰 등의 행정 절차는 주민 주도의 공동체성을 발현하는 열린 구조가 아니다. 경색 국면의 행정을 유연화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전환의 출발점은 토건으로부터 문화와 예술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행동주의예술과 공동체예술, 공공예술 등의 ‘사회적 예술’이 추구하는 대화와 동행, 공존 등의 가치를 수용하는 데 있다. 새마을운동 하듯 예술을 동원해서 토건 뒤처리 하려는 무늬만 문화적인 도시 재생을 걷어치우고, 주민과 공동체, 마을과 도시를 만나는 사회적 예술의 매개자 역할에 주목할 시점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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