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산업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내놨다. 철강ㆍ석유화학ㆍ건설ㆍ조선ㆍ해운 등 5대 경기민감 업종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하고, 신용위험 기업과 공급과잉 업종의 상시ㆍ선제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3개 틀을 설정했다. 최우선 현안인 해운업종은 한진ㆍ현대 양사와 채권단의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촉진하되, 순항 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충 등을 지원해 지속발전을 도모키로 했다. 조선업종도 대우조선해양에 당초 계획보다 강력한 추가 인력 감축, 급여체계 개편, 비용절감 등을 요구하고, 현대ㆍ삼성중공업에도 최대한의 자구계획 제출을 요구해 집행을 관리키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 재편의 향방을 가를 해운ㆍ조선산업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선 책임과 고통의 공평한 분담 원칙과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책임과 고통 분담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는 정책자금(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다. 기업 부실을 정리하려면 국책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경감 및 신규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은행 출자와 금융채 발행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결국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해당 기업의 철저한 자구(自救) 노력을 전제로 자금 수요와 회수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정책자금이 또 다시 ‘눈 먼 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주주와 채권단 등의 경영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구조조정이 부실기업 살리기에 급급하다 보면 정책자금이 엉뚱하게 부실의 최대 책임자인 대주주를 돕는 식이 되기 십상이다.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한 한진해운 최은영 전 회장 일가처럼 대주주의 모럴해저드가 묵인되면 누구도 고통분담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구상권 행사, 사재 출연 등을 통해 대주주의 책임을 강력히 묻고, 채권단에도 투자 및 감독 부실에 대한 마땅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되는 건 근로자들이다. 정부가 해운ㆍ조선업종에 대해 고용유지 지원금과 특별연장급여(실업급여 연장), 전직ㆍ재취업 훈련 등이 지원되는 ‘특별고용업종’ 지정을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근로자도 구조조정을 외면할 순 없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하는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투쟁에 앞서 노조도 협력사 근로자 및 비정규직 고통 등을 감안해 일자리 나눔 등 적극적인 고통 분담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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