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찰이 압색 영장 기각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 “영장 신청 없었다” 반박
둘 중 하나는 거짓말 비판 목소리
전북 진안군의료원의 직원 채용을 둘러싼 비리 의혹(본보 20일자 14면)이 엉뚱하게 검경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검찰의 제동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뒤늦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이 진안군의료원의 직원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경찰은 당시 이항로 진안군수가 군 출연기관인 진안군의료원에 자신의 조카와 선거운동원, 군청 직원의 가족 등을 채용시킨 뒤 금품을 받아 챙겼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군수가 진안군 보건소장과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의료원 면접관으로 선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이 수사선상에 올려 놓은 관련자들은 이 군수의 비서실장과 보건소장, 의료원장 등 10여명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이 군수가 의료원 관계자 등에게 특정인을 채용하라고 지시했는지, 아니면 면접위원들에게 특정 응시자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이들의 휴대폰 통화내역 분석을 통해 범죄의 윤곽을 잡은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 사실과 증거 확보를 위해선 진안군청과 이 군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 11월 20일 검찰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의료원 채용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압수수색 영장 신청 이후 동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 내용이 무리하다’는 이유로 기각해 수사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비리 제보가 있고 휴대폰 통신내역을 분석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돼 사건 연루자들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검찰이 법원에 영장 청구조차 않고 기각하는 바람에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자들의 입을 열게 할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수사가 겉돌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채용 비리 의혹 등을 제보하며 수사에 협조했던 제보자도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결국 경찰은 수사 착수 6개월 만인 이달 초 수사 대상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가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겠느냐”며 부실 수사의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당시 이 군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은 느꼈으나 경찰의 영장 신청을 접수 받은 적도 기각한 적도 없다”며 “모든 수사는 경찰이 진행했고 최근 관련자들을 무혐의로 불기소 송치해 와 경찰 의견대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경찰에 수사 지휘를 게을리한 검찰이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 당해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경찰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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