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용선료 협상이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용선료를 낮추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현대상선은 5월 중순까지 협상을 타결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자율협약 신청을 퇴짜 맞은 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 협상이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시세보다 4~5배 높은 용선료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과정이 무의미해진다”며 “현 상황에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단이 최종 합의한 제안서를 선주에게 통보하고 5월 중순까지 의견이 없으면 거절했다고 보고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며 “그 경우 채권단의 선택은 법정관리뿐”이라고 못 박았다.
최후 통첩을 받은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용선료 협상 전담팀을 꾸리고 국제 금융 전문가를 영입,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상선은 영국 일본 그리스 등 22개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를 20~30%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용선료 인하만큼 주식을 주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재 절반이 넘는 선주들로부터 인하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며 “5월 중순까지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다급하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반려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목표와 시기 등 포괄적인 내용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안이 급한 만큼 개별 선주들과 일일이 협상하기 보다 통합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 계약한 것을 중간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배를 빌려준 선주 입장에선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용선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인하된 금액이라도 받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통상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을 빌려야 하는 선주로서는 용선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원금과 이자 상환 압박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용선료를 20~30% 인하하더라도 현 시세보다는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 업황 상 두 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배를 반납하면 선주 입장에선 다른 선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 성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강경 발언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정부가 용선료 협상이 안 될 경우 법정관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상 선주들로서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자율협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협상 시늉만 내는 등 재무구조 개선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채권단으로선 회사를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두 선사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에도 인하 수준이 낮아 기업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오면 법정관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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