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 판도 변화에 무감각
단순 그래픽 콘솔 게임기 타격
전성기 2011년 이후 내리막길
위기설에도 무대응 일관하다
뒤늦게 모바일 게임 내놓기로
‘닌텐도 DS’ 등 휴대용 게임기로 전성기를 누리던 닌텐도가 추락하고 있다. 한때 애플과 함께 ‘혁신기업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며 주목받았지만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를 무시한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슈퍼마리오’, ‘포켓 몬스터’ 등을 대표 캐릭터로 앞세운 닌텐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조8,400억엔(약 16조6,000억원)의 매출과 5,500억엔(약 5조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수많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던 2009년 3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는 출시 4년여만에 1억개가 팔렸다. 닌텐도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력을 과시하며 ‘게임왕국’을 건립해 갔다.
그러나 닌텐도의 전성기는 2011년 멈춰 섰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던 시기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 ‘무대응’ 방침을 고수하던 닌텐도는 그 해 6,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창립 30년 만에 첫 적자를 냈다. 위기설에도 고 이와타 사토루 당시 닌텐도 사장은 “모바일 게임 산업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대용 게임기인 하드웨어와 게임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것이 닌텐도의 강점이라 여겨,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모바일 게임 출시를 꺼렸던 것이다.
하지만 적자는 2013년까지 3년 연속 지속됐다. 2014년 가까스로 반등했지만 영업이익은 2,300억원에 그쳤다. 게임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에 설립한 한국닌텐도 법인은 지난 2월부터 감원을 단행, 기존 인력의 20%만 남았다. 대표 상품인 닌텐도 DS의 공식 애프터서비스도 5월 종료된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은 시장에 뒤늦게 대응한 닌텐도를 추락시킬 정도로 무섭게 성장했다. 26일 게임 시장 분석 기관 ‘뉴주’에 따르면 약 996억달러(약 114조6,145억원)에 달하는 올해 전세계 게임 시장 중 모바일 게임 비중은 27%로 분석됐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게임(24%) 비중이 PC게임(28%)보다 작았지만 올해 안으로 역전돼 2017년에는 격차가 4%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게 뉴주의 전망이다. 2019년에는 모바일 게임 비중이 시장 전체의 3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닌텐도도 자존심을 굽히고 ‘늦깎이’ 도전을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모바일 전용 게임 5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게임의 강세는 국내에서 더 두드러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은 29.2%나 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애플리케이션 안에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얹으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크게 확대됐고 PC 게임 못지 않은 ‘대작’들까지 속속 출시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단순한 그래픽과 간단한 규칙으로 즐기는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이었던 모바일 게임은 고성능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역할수행게임(RPG)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수백명이 동시에 접속해 각자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대규모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도 모바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모바일 게임 시장도 치열한 신작 경쟁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직접 모바일 게임 배급 사업에 나서기로 했고 PC용 온라인 게임사 엔씨소프트도 올 2분기 모바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대형 콘솔 게임사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모바일 전용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서형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정책실장은 “PC 보급에 따라 PC 게임이 급속도로 증가한 것처럼 게임 산업은 기기 발전과 함께 간다”며 “스마트폰 보급 뿐 아니라 각종 TV 광고 등을 통해 모바일 게임이 대중화된 것도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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