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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율 94% '시빌 워' 광풍... 작은 영화 안녕한가요?

입력
2016.04.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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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지난해 '어벤져스2'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지난해 '어벤져스2'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열풍을 넘어 광풍입니다. 할리우드 대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시빌 워)의 인기가 개봉(27일) 전부터 뜨겁고도 뜨겁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기준 ‘시빌 워’의 예매율은 94.2%입니다. 영화 예매자 20명 중 19명 정도가 ‘시빌 워’를 볼 예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시빌 워’가 개봉한 뒤 극장을 찾는 관객 90% 가량이 이 영화를 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매 관객들 중엔 아이맥스나 4D극장을 찾는 이들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이맥스나 4D 상영을 많이 하는 ‘시빌 워’의 예매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27일부터 극장가는 ‘시빌 워’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맥스 상영 등을 감안해도 90% 이상의 예매율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지난해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예매율 90%를 넘어 영화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벤져스2’가 일부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했고, 영화 개봉에 맞춰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마크 러팔로 등이 방한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시빌 워’의 예매율은 더욱 놀랍습니다. 1,000만 관객 동원은 이미 예약했다는 영화계의 전망이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시빌 워’ 바람이 워낙 강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상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특별수사)는 당초 내달 19일 개봉 예정이었다가 6월 16일로 극장가 ‘출격일’을 옮겼습니다. ‘엽기적인 그녀2’도 내달 5일로 개봉을 공지했다가 2~3주 정도 개봉일을 미뤘습니다. ‘특별수사’ 관계자는 “5월 극장가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6월이 더 적기다 생각했다”며 “영화 자체가 주는 통쾌함이 여름과도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엽기적인 그녀2’ 관계자는 “극장을 좀 더 유리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하다 보니 개봉일을 늦추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관계자는 ‘시빌 워’의 강풍을 피하려고 한 점도 있다고 소극적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개봉을 2,3주 앞두고 개봉 시기를 미루는 일은 극장가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특별수사’와 ‘엽기적인 그녀2’의 관계자들은 ‘시빌 워’가 미울 만도 하겠지만 극장들은 기대에 부푼 표정입니다. 극장가는 지난달 초부터 예년보다 높은 ‘보릿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개봉일부터 25일까지 13일 동안 일일 흥행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한국영화 ‘시간이탈자’의 관객 수는 97만2,555명입니다. 2주 가까이 1위를 달려온 영화의 흥행 성적이라 하기엔 민망합니다. ‘시간이탈자’의 흥행 성적표는 극장가의 4월 불황을 대변합니다. 극장가가 ‘시빌 워’를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내달 4일 개봉), ‘곡성’(내달 12일 개봉)이 흥행 바통을 이어 받으며 ‘시빌 워’의 흥행을 받쳐주면 4월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빌 워’의 독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질 듯합니다. 개봉일 ‘시빌 워’의 예상 스크린 수는 1,650개 가량입니다. 전국 스크린(지난해 기준 2,424개) 중 68%가 한 번이라도 ‘시빌 워’를 상영하게 되는 셈입니다. ‘어벤져스2’의 개봉일 스크린 수는 1,731개였습니다. ‘어벤져스2’가 스크린을 독차지하며 다른 영화를 볼 권리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시빌 워’에도 그대도 적용될 만합니다.

작은 영화들은 벌써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관객이 돈을 내고 원하는 영화를 보는 건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원시적 자본주의 논리만 극장가에 적용돼야 할까요. 관객들이 대형 상업영화에만 몰리도록 하는 데 극장들은 책임이 없는 걸까요. 상영관 수는 멀티인데, 상영 영화 수는 20세기 단관영화관과 다를 바 없는, 말로만 멀티플렉스가 드리운 그림자는 짙고 길기만 합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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