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사선규제 폐지 후
8개월간 10층 이상 건축 허가
8건서 27건으로 큰 폭 증가
곳곳서 일조권ㆍ조망권 분쟁
구청 “신축 건물 높이 제한하겠다”
주민 “건물간 거리도 규제해야”
26일 인천 남구 숭의동 인천시청소년회관 인근 한 주택가. 마감공사가 한창이 13층짜리 신축 공동주택 건물 주변에 또 다른 13층 높이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서도 터파기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새로 들어선 고층 건물들 옆 4, 5층 빌라에는 한낮인데도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건물과 인접한 도로는 폭이 불과 6m. 차량 2대가 동시에 지나기 빠듯할 정도였으나 그마저도 공사차량들로 절반이 막혀있었다.
주민 양모(33)씨는 “최근 6개월 동안 집 주변에 고층 건물만 3곳이 새로 들어섰다”며 “높은 건물 때문에 햇볕도 잘 들지 않고 공사로 인한 소음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기형적 계단형 건물을 양산하고 건축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선 규제가 폐지되면서 인천 구도심 곳곳에 고층 건물이 난립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 남구에 따르면 높이 제한이 없는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구역의 건물 높이를, 인접한 도로 폭의 1.5배 이하로 제한한 사선 규제를 폐지하고 용적률만으로 건물 규모를 제한하는 건축법이 지난 해 5월 통과했다. 남구의 경우 상업지역의 용적률이 800%에 이르러 14, 15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건축법이 개정된 이후 8개월간 남구의 건축허가 건수는 이전 8개월보다 85%가 증가한 99건으로 집계됐다. 4∼6m 이하 좁은 도로의 10층 이상 건축 허가는 8건에서 27건으로 237% 증가했고 14층 이상은 19건에서 44건으로 131% 늘었다.
남구 관계자는 “상업지역이 저층주거지로 형성된 전형적인 구도심권으로 서울 등과 달리 도시계획상 높이 제한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사선 규제 폐지 이후 고층 건물이 무분별하게 신축되면서 일조량 감소로 인한 겨울철 도로 결빙, 건물간 통풍 부족, 주차난 등 많은 문제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구는 지난해 1월 4명이 사망하고 124명이 다친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사고도 상업지역의 고층 건물 밀도가 높아져 화재 진압과 구조활동에 장애를 초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남구는 건축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15m 미만 도로와 인접한 가로구역 건물높이를 지정해 신축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신축 건물 높이는 도로 폭과 건물 대지 길이의 절반을 더한 값에 높이 계수를 곱한 값을 초과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폭 4m 도로와 인접한 길이 10m의 대지의 경우 건물 높이가 18m를 넘길 수 없다. 공동주택 한층의 높이가 2.7~2.8m인 것을 감안하면 4~8m 도로에 10층 이상 건물이 들어서기 어려워진 것이다. 남구는 주민공람공고를 거쳐 6월 1일부터 높이 제한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높이 제한만으로 고층 건물 난립에 따른 불편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5층을 넘지 않는 빌라는 옆 건물이 7, 8층만 되도 햇볕이 안 들고 한다”며 “건물 높이도 문제지만 너무 좁은 건물간 거리도 규제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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