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소비 증가율 -0.3%
기업 투자 위축… 수출도 -1.7%
재정 조기집행으로 버텼지만
하반기도 경기회복 불투명
26일 발표된 전기대비 0.4%의 1분기 성장률은 그간 우려됐던 소비절벽 현실화로 우리 경제가 올 들어 사실상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소비뿐 아니라 기업 투자와 수출도 지지부진해 소비ㆍ투자ㆍ수출의 이른바 ‘트리플 악재’가 이어졌다. 재정을 조기에 집행한 효과 정도를 빼면 경제 전반의 활력이 매우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실화한 소비절벽
올 1분기 경제 성적표 중 가장 두드러진 건 살아나는가 했던 소비심리의 위축이다. 전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0.3%)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소비심리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2분기(-0.1%)보다 더 나빴다. 작년 하반기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통해 강력한 소비진작책을 펼치며 미리 당겨 쓴 소비여력이 금새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쓸 것을 지난해 미리 가불해서 쓴 셈이라는 의미다. 부진한 내수가 성장률을 까먹은 정도(기여도)는 -0.3%포인트였는데, 이 역시 2014년 1분기(-0.1%포인트) 이후 첫 마이너스 기여도였다.
기업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5.9%를 기록하며 2014년 1분기(-1.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역시 1.7% 감소했는데, 석탄 및 석유제품과 자동차 등의 수출액이 줄어든 여파로 분석된다.
그나마 경기를 지탱한 것은 정부소비와 건설투자 정도였다. 정부소비는 전기 대비 1.3%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5.9% 늘었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정부 재정집행률이 높게 나왔고 이것이 정부소비와 건설투자 성장 기여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재정을 목표보다 14조3,000억원 더 집행하면서 돈을 조기에 풀었다.
일시적인가 추세적인가
1분기 성장률이 0.4%에 머물면서 정부의 ‘연간 3% 성장’ 시나리오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2.7%) 한국은행(2.8%) 등 국내외 주요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모두 2%대로 낮춘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획재정부만 3.1% 성장 목표를 고수 중이다.
일단 정부는 1분기 부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에서 보완하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재고가 많이 감소해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왔지만 일시적이고, 수출도 감소폭이 줄고 있어 2분기 이후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기재부는 다음달과 6월 상황을 지켜본 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 조기집행 여력마저 소진되는 하반기에 경제 성장세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분기까지는 정부가 어떻게든 조기집행률을 더 높이겠지만 하반기에는 그것마저 힘들어져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기회복력이 매우 미약해 저성장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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