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가량 노출… 시민들 화들짝
버스정보시스템 해킹 당한 듯
경찰, 전산망 접속기록 등 조사
전남 여수 시내의 한 버스승강장에 설치된 단말기인 버스정보안내기(BIT)에서 음란동영상이 1시간여 동안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6일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0시 50분쯤부터 12시까지 1시간 10여분간 여수시 서교동 서시장 앞 버스정류장의 버스정보안내기 화면에 외국인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모습이 담긴 2분짜리 동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됐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낯뜨거운 영상을 보고 놀란 시민들이 여수시 등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단지로 버스정보안내기 화면을 가렸고 시청에서 전원을 차단한 뒤에야 동영상은 꺼졌다. 이 영상은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버스정보안내기는 운영 방식에 따라 자가망과 임대망으로 구분되는데 이번에 영상이 유포된 안내기는 KT의 임대망 중 한 곳으로 확인됐다. 임대망은 TV나 인터넷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회선이어서 기술적으로 해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수시 버스정보안내기는 모두 174대가 설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40대만 자가망이고 나머지는 임대망이다.
여수시는 2009년부터 지능형교통체계(ITS)와 함께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을 시작해 현재까지 17억7,000만원을 들여 174개 버스정류장에 버스정보안내기(BIT)를 설치했다. 안내기에서는 버스 이동 경로와 도착 시각 등을 알리는 교통정보를 비롯해 시정 홍보 영상, 행사와 안내 등 각종 홍보 포스터, 뉴스와 날씨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찰은 여수시가 제출한 메모리를 토대로 해당 동영상이 상영된 경로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음란 동영상이 외부 해킹 또는 송출과정에서 실수로 상영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전산망 접속 기록과 교통통제센터 상황실 출입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버스정보안내기 1대에서만 영상이 올라온 점으로 미뤄 현장 단말기에 직접 침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현장 폐쇄회로(CC)TV와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분석하고 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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