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철강ㆍ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크지만 180여만명으로 예상되는 실업 문제, 중앙ㆍ지방정부 간 엇박자 등으로 진통이 크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중국의 철강ㆍ석탄산업이 내년이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정부가 공급 측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철강ㆍ석탄분야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업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반발과 재정 악화를 우려한 일부 지방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철강ㆍ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꺼내 들었다. 올해 초 과잉 생산능력 해소 과정에서 철강ㆍ석탄분야에서 각각 50만명, 130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의 일자리 재배치를 위한 재원으로 1,000억위안(약 17조6,000억원)을 책정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소규모 업체간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반면 한계기업과 영세사업장에 대해선 금융권의 지원을 사실상 막는 등 과감한 퇴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ㆍ석탄산업 구조조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업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 말부터 철강ㆍ석탄기업이 밀집한 헤이룽장(黑龍江)성과 지린(吉林)성을 중심으로 동북ㆍ서북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의 노동인권단체인 중국노동회보(CLB)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시위는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로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중순 “공급 측 개혁 과정에서 샤강차오(下崗潮ㆍ대규모 해고)는 없을 것”이라며 직접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일부 지방정부가 단기 이익을 앞세워 중앙정부와 엇나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중앙정부는 철강업체의 공장 증설과 석탄업체의 신규 탄광 개발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허베이(河北)ㆍ장쑤(江蘇)ㆍ산시(山西)성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은 낮은 석탄가격과 높은 전력가격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해 지난해에만 화력석탄발전소를 210곳이나 인가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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