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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실리, 후 타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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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실리, 후 타개’ 작전

입력
2016.04.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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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이세돌

흑 알파고

참고1도
참고1도
참고2도
참고2도

<장면 4> 알파고가 1, 3으로 이단 젖혔을 때 이세돌이 2, 4로 침착하게 응수했다. 당시 현장에선 <참고1도> 1로 끊어서 싸움을 걸어갈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늘 이세돌의 초반 전략은 철저히 인내 모드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꾹꾹 참으면서 은인자중하다가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때 가속 페달을 밟아 순식간에 상대를 추월하겠다는 ‘선 실리, 후 타개’ 작전이다. 5 때 6도 실리에 민감한 수다. 알파고가 워낙 형세판단능력이 뛰어나고 끝내기가 강하므로 초반에 실리에서 뒤지면 후반에 역전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알파고의 양호구(7)가 조금 이상했다. 양쪽 단점을 효과적으로 지킨 것 같지만 실은 뒷맛이 나쁜 수다. 지금은 <참고2도> 1로 꽉 잇는 게 정수다. 백이 A로 끊는 건 당장 축이고, 설령 축이 안 된다 하더라도 B로 씌운다든지 해서 좌측 흑 두 점을 버려도 그만이다. 따라서 백이 그쪽보다 C의 단점을 노릴 가능성이 더 크므로 흑도 이에 대비했어야 했다. 실전에서도 훗날 이 부분이 엄청난 화근이 된다.

11까지 놓이자 더 이상 상변을 방치할 수 없다. 이세돌이 드디어 12로 적진 깊숙이 침입했다. 난전의 명수다운 강력한 흔들기 수법이다. 이어서 16, 18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순은 이세돌이 아니면 찾기 힘든 천재적인 감각이다. 마치 깃털처럼 가볍고 날렵하다. 반면 흑은 점점 A의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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