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진해운 채권단,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 요구할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진해운 채권단,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 요구할까

입력
2016.04.26 04:40
0 0

협약 신청 반려로 책임 추궁 시사

당국, 최 회장 일가 주식 처분 조사로 압박

조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사재출연해야 자율협약 받아줄 듯

지난해 1월 3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땅콩 회항' 사건의 항소심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월 3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땅콩 회항' 사건의 항소심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업은행이 25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반려하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사재 출연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채권단 안팎에선 조 회장과 최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 부실에 대해 사재 출연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이날 자율협약 신청을 거부한 이유는 자구계획안을 좀 더 보완하라는 것이었다. 용선료 협상 등에 대한 세부 추진 방안과 자산매각 등 구체적인 자구안을 내라는 게 채권단의 주문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채권단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사재 출연은 법적 근거가 없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출자금액에 대해서만 유한 책임을 지는 만큼 부실이 심하다고 개인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기업 오너들이 마치 황제처럼 회사의 과실을 독차지하면서 한껏 누려온 점을 감안하면 회사 부실 시 누구보다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국민들 정서다. 더구나 똑같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이미 300억원의 사재를 내놓은 만큼 한진 오너만 예외가 될 순 없어 보인다. 세계 해운사 순위 8위인 한진해운은 현대상선(18위)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오너 사재 출연도 현대상선보단 많아야 한다는 논리도 나온다.

이 경우 과연 누가 사재를 출연할 지가 문제다. 현대상선은 줄곧 현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해 왔지만 한진해운은 최 회장으로부터 조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동,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게 쉽지 않다. 먼저 최 회장은 남편(고 조수호 회장)이 숨진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진해운을 운영했다. 현재의 부실은 주로 이 시기에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일차적 책임은 최 회장에게 있다. 더구나 최 회장은 2013~14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모두 97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1조8,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던 때다. 특히 최 회장은 두 딸과 함께 보유해 온 한진해운 주식 96만7,927주(0.39%)를 지난 8~21일 전량 매각했다. 한진해운은 이튿날인 22일 자율협약 신청 결정을 공시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미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이미 수년 전 손을 털고 나간 이에게 사재 출연까지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선 반론도 없잖다.

조 회장의 사재 출연 문제는 더 복잡하다. 일단 경영권을 넘겨받은 시기로 볼 때 부실의 주된 책임은 없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9회 말에 나온 구원투수가 안타를 몇 개 맞았다고 패전의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구나 2013년 이후 금전대여, 유상증자참여, 영구채 매입 등 지금까지 한진그룹에서 1조원 안팎을 한진해운에 투입한 만큼 정상화를 위해 나름 애쓴 점도 인정된다. 그렇다고 조 회장이 면죄부를 받긴 힘들어 보인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의 직접 책임은 없더라도 어차피 경영권을 넘겨 받으면 이후 회사 리스크는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냉정히 따지면 최 회장보다 오히려 조 회장이 책임질 일”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최 회장이 맡아 운영할 때도 조 회장이 계열분리를 거부했기 때문에 한진해운은 여전히 한진그룹 계열사였다”며 “부실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조 회장과 최 회장의 사재 출연을 포함해 산업은행이 수용할 만한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마련해 다시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면 채권은행들은 신청서를 회람한 뒤 채권자 협의회에 자율협약 안건을 부의하게 된다. 자율협약은 채권은행 100% 동의가 있어야 개시되는 만큼 사실상 채권은행과 사전 조율 역할을 하게 될 산업은행을 얼마나 만족시키는 추가 자구안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조 회장과 최 회장에 대한 압박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