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한 지도부는 도발 시점으로 유력하게 꼽힌 인민군 창건일인 25일 핵실험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비켜갔다. 우리 정부 당국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5월 초로 예정된 제 7차 노동당 대회 전 핵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당 대회 이후 대화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핵 실험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당국이 당 대회 이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북한이 최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지시를 즉각 행동에 옮기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에 맞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을, 인민군 창건일 이틀 전인 23일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리며 투발 수단 능력을 검증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핵 탄두 폭발시험 밖에 없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 당시 핵 무기개발의 최종단계로 여겨지는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만큼, 더 이상 기술력 과시에 목 맬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추가 핵실험 무용론’도 나온다. 당 대회 성공을 위해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문이 필요한 만큼 중국과의 협상용으로 핵 실험 카드를 남겨둘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라는 축제를 끝마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제재 국면을 탈피해 대화로 이끌어줄 돌파구는 중국 밖에 없다”며 “핵실험 카드를 쓸지 말지는 중국과의 물밑 접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리명수 군 총참모장은 전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 84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최고수뇌부를 노리는 적들에게 가장 처절한 징벌의 선제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북한 군의 특이 동향은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는 “인민군 창건일의 경우 5년 단위로 꺾어지는 정주년에는 열병식 등 큰 행사를 치르지만, 올해는 평주년이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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