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원장 “2월초 모 과장 찾아와
‘3월까지 사표 내라’말해”폭로
해당과장은 “사퇴요구 안 해”
시청안팎“시장과 前원장 갈등…
사실상 자른 것 아니냐”뒷말 무성
광주시가 25~27일 신임 광주그린카진흥원장 공모 원서를 접수한다. (재)광주그린카진흥원은 민선 6기 최대 현안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조성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광주시 출연기관이다. 시는 전임 원장이 임기 만료(2017년 10월)를 1년 반 이상 남겨 놓고 돌연 자진 사퇴를 해 공모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임 원장이 스스로 물러났다”는 시의 설명과 달리 해당 전임 원장은 “시가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사직서를 낸 광주그린카진흥원장 A씨는 “지난 2월 초 광주시의 B과장이 사무실에 찾아와 ‘그만 두셔야겠다’며 사퇴를 요구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B과장이 앞서 1월 말 진흥원 간부를 통해 사퇴를 요구했다가 내가 사퇴하지 않고 버티자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3월 말까지 사표를 내달라고 했다”며 “당시 당혹스럽고 치욕스럽기도 해서 시청 고위 간부들에게 이유를 따져 물었지만 모두들 나에게 묻지 말라며 답변을 회피하길래, 고심 끝에 ‘그래, (내가 너희들에게 주는)선물이다’고 생각하면서 지난달 2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당시 B과장은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자동차 유관기관(3곳) 통폐합 문제를 얘기하며 나에게 바로 그만 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B과장이 진흥원장 후임자를 정해야 한다며 즉시 사퇴하라고 했다가 “통폐합한다면서 후임자를 왜 뽑느냐”는 항의를 받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대충 우물댔다고도 했다. A씨는 또 “내가 사퇴해야 한다는 게 윤장현 광주시장의 뜻이냐고 묻자 B과장이 ‘대답 못하겠다’고 하더라”며 “세상에 주변 정리할 시간도 주지 않고 즉시 물러나라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럴 바엔 윤 시장이 나를 해고하게 하라고 항의했더니, B과장이 ‘그럼 4월 말 (면직)처리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는 A씨를 30일자로 면직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B과장은 “A원장을 세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퇴를 종용한 적은 없다”며 “A씨에게 진흥원을 비롯한 자동차산업 정책에 대한 발전 방안을 요구했는데 그게 잘 안 되면서 유관기관들과 관계 유지도 안 됐고, 그러면서 통폐합 얘기까지 나오자 A씨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과장은 “A씨가 그만 두겠다고 사직서를 접수한 것은 아니다”고도 밝혀, 시가 A씨를 사실상 ‘자른 것’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시청 안팎에선 윤 시장이 2014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에 추천을 의뢰해 영입한 현대ㆍ기아자동차 임원 출신 A씨가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조성사업 추진 방향 등을 놓고 시와 견해차를 보이면서 갈등이 잦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완성차 공장 증설 쪽에 무게를 뒀던 시는 100만대 생산도시로 가기 위해선 엔진과 변속기를 일컫는 ‘파워트레인’ 공장 유치를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A씨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대차그룹을 움직여야 할 광주시가 A씨의 사퇴로 인해 현대차그룹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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