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펀드 최대 57% 고공행진
초보자, 원자재 지수 상품 투자를
美 금리 인상 후가 매수 적기
변동성 커 분산 투자가 바람직
상승세를 탄 유가와 달러 약세로 최근 3개월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최대 57%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금ㆍ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며 ‘미운 오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원자재가 ‘백조’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시적인 가격조정이 있겠지만 원자재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려하게 부활한 원자재 펀드
원자재 투자 호황의 직접적인 증거는 원자재 펀드에 다시 몰리는 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21일까지 51개 원자재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693억원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펀드 설정 총액(2조1,062원)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수익률 역시 좋다. 원자재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3.2%, 최근 3개월 동안은 26.63%에 달한다. 지난 1년간 펀드 수익률이 -14.95%에 그쳤던 원자재 펀드의 ‘금의환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연초 이후 3.45%, 최근 3개월 11.8%에 그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특히 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6.04%로, 주요 테마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년 수익률(7.49%)의 3배를 웃돈다.
펀드별 연초 수익률은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57.16%),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1’(48.02%), ‘IBK골드마이닝증권자투자신탁’(47.39%) 등으로 금 펀드의 고공행진이 두드러진다. 광물 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32.80%)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질주의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올해 2월11일 배럴당 26.21달러까지 급락했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달 22일 배럴당 43.73달러까지 치솟았다. 2개월 남짓한 기간에 70% 가량 치솟았다. 국제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해 ‘닥터 코퍼(Dr. Copper)’라고도 불리는 전기동(구리) 가격도 지난 1월15일 톤당 4,331달러에서 이달 22일에는 5,031달러로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 역시 온스당 1,090달러에서 1,230달러로 13% 올랐다. 천원창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는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며 “달러가 강세일 경우 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갖고 있으려는 경향이 커져 금값이 떨어지고, 달러가 약세면 금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 금값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어떻게 투자 할까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식은 흔히 두 가지로 나뉜다. 원자재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와 원자재 선물을 사고파는 직접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직접 투자는 제한된 정보를 가진 일반 투자자에겐 원금 손실 위험이 높고, 비용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원자재 지수와 연관된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와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중 어느 곳에 발을 디딜 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자재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자재 가격 흐름 외에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원자재 투자가 낯선 초보자라면 그나마 예측이 가능한 원자재 지수 쪽으로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투자 시점이다. 원자재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면 문제가 없지만 같은 비율로 등락만 반복해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원자재 가격이 널뛰기를 하며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3% 오른 뒤 다음 날 3% 하락했을 경우 100이었던 원금은 103이 됐다가 99.91로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펀드 운용 수수료까지 합하면 원금 손실분은 더 커지게 된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유진 연구위원은 “지금도 좋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그 때가 오히려 매수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천원창 선임연구위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국제유가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돼 추가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원자재 가격도 이와 함께 동반 상승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자재는 변동성이 큰 투자 상품”이라며 “투자 전에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 분산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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