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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활동 자금ㆍ인사권 무기로 시민단체 길들이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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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활동 자금ㆍ인사권 무기로 시민단체 길들이기 가능성”

입력
2016.04.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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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터넷 매체 광고비도

진보 매체의 9배 가까이 집행

지난해 8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지난해 8월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청와대 A 행정관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관제 데모를 지시했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청와대가 어느 정도 수위로 시민단체를 동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때부터 시민사회수석을 신설해 시민단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는 이를 폐지했다가 2010년 6ㆍ2 지방선거 참패를 겪은 직후 사회통합수석을 만들었고, 현 정부에선 정무수석실의 국민소통비서관이 담당하고 있다.

관련 업무를 해온 청와대 인사들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알리는 역할을 할 뿐, 어버이연합 논란과 같은 일(관제 데모 지시)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한다. 과거 정무수석실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B씨는 24일 “참여연대부터 어버이연합까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 만났다. 만나서 시민단체들이 바라는 것을 듣고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에 보고한다. 또 그들에게 국정 관련 이야기를 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버이연합에 (집회를 열라고) 지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관련 업무를 했던 C씨도 “시민단체들과 종종 식사를 했고, 1년에 한두 차례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국정을 홍보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A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몇몇 인사들이 여론 조성을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보수단체들을 자판기처럼 활용하려다 생긴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활동자금 지원과 인사권을 통해 청와대가 시민단체와 모종의 거래를 할 여지는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정치권 한 인사는 “정부 각 부처들이 사업공모를 통해 시민단체에 합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데 친정부 단체를 밀어줄 수는 있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정부ㆍ공공기관에 진출할 때도 청와대의 입김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청와대ㆍ정부의 도움을 받은 시민단체가 정권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자금과 인사권을 통한 통제와 거래가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보수 인터넷 매체들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보수 매체 출신 인사들을 대거 청와대에 영입했다. 윤창중ㆍ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각각 뉴데일리 칼럼니스트, 위키트리 부회장이었으며, 민병호 전 청와대 뉴미디어정책비서관은 데일리안 대표였다. KBS 이사인 조우석 미디어펜 주필은 23일에도 ‘어버이연합은 과연 죽을 짓을 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전경련 자금을 받은 어버이연합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칼럼을 실었다.

정부의 광고 집행도 보수 매체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2008~2015년 정부 중앙부처 온라인광고 집행 현황’에 따르면 보수 인터넷 매체에 집행된 광고비가 총 5억940만원으로 진보 매체 광고비(5,857만원)의 9배에 가까웠다. 2008년 광고를 받은 인터넷 매체 8곳 중 절반이 보수 매체였고 진보 매체는 전무했다. 2011년엔 30개 매체 중 11곳이 보수, 1곳만 진보 매체였다. 지난해에는 41곳 중 10곳이 보수, 1곳만 진보 매체였다. 배 의원에 따르면 광고 지원을 받은 보수 매체는 뉴데일리 데일리안 프런티어타임스 미디어펜 프리존 뉴스타운 데일리NK 위키트리 소비자가만드는신문 등이다.

한 언론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보수 인터넷 매체의 긴밀한 관계는 대선이나 총선 등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확인된다”며 “청와대가 보수 매체의 인사를 발탁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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