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의 7번째 발전기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3호기가 본격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또 신고리4호기는 완공단계에, 5ㆍ6호기는 건설을 앞두고 있다. 국내최대 발전설비인 신고리3호기는 최고의 기술력과 안전성이 집적된 국내원전기술의 총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에콰도르 등에서 잇단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원전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고리원전의 사령탑, 이용희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으로부터 신고리3호기의 안전성과 향후 운영 및 추가 건설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신고리3호기는…
원전기술 자립의 결정체이자
우리기술 우수성 알린 계기
프랑스ㆍ일본 제치고 UAE에 수출
-신고리 3호기가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신고리3호기는 1970년대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1호기를 일괄건설인수방식(Turn-key)으로 도입한 이후 30여 년간 축적한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 정비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기술의 결정체다. 신고리3호기에 적용한 신형경수로(APR)1400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관ㆍ산ㆍ학ㆍ연 합동으로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기술자립을 달성하고 미국과 유럽의 강화된 요건까지 만족시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고리3호기를 참조한 이 기종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200억달러(한화 21조원)에 총 4기가 수출돼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당시 프랑스, 일본 등 원전선진국과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 이뤄낸 쾌거로, 국내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린 계기가 됐다.”
-발전용량과 공급지역은.
“신고리3호기는 국내 최대 발전설비인 전기출력 140만kW급으로 이용률 85%를 가정할 때 연간 발전량이 국내 총 발전량의 2%에 해당하는 1만424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리3호기 만으로 올해 울산지역 전체 사용 전기의 32%를 감당할 수 있다. 내년 신고리4호기까지 전기생산을 시작하면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운영하는 8개 호기에서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소비전력의 65%를 책임지게 된다.”
-최근 일본, 대만 에콰도르 등 이른바 ‘불의 고리’ 일대의 잇따른 지진으로 우리나라 원전 가동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
“원자력발전소는 부지선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진에 견딜 수 능력(내진값)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우선 부지를 중심으로 반경 320km에 거쳐 광역 지질조사와 지진조사를 실시하고, 특히 원전 예정부지 반경 40km, 8km, 1km 지역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하게 지질구조, 단층분포, 암질 등을 분석한 후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
국내 원전은 이러한 조건을 통과하고 나서야 단단한 암반을 뚫고 그 위에 발전소 주요설비가 자리 잡은 원자로건물과 격납건물을 설치하게 된다. 또 암반을 굴착하고 그 위에 철근을 특수공법으로 조밀하게 설치한 뒤 고강도 콘크리트를 타설해 건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면에 세운 건물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튼튼하다.”
-국내 원전 내진기준은 어떤가.
“기존의 국내 원전은 리히터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 건설되었으며 신고리3·4호기를 비롯해 신규 원전에는 규모 7.0의 지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건설하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수출원전을 비롯해 신고리3·4호기는 규모 6.5의 지진이 원자로건물 바로 밑에서 발생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에 국내 모든 원전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지진해일이 발생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해안방벽을 높이는 등 설비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신고리3호기 비롯한 신규 원전
규모 7.0 지진 견디도록 설계
상업운전 앞두고 최종점검 및
휴대폰 문자로 지역 주민과 소통 노력
“신고리4호기는 8월쯤 정부의 운영허가 승인이 나면 연료를 장전하고 7개월 정도 시운전을 하게 된다. 시운전이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3월쯤 본격적인 전기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일정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신고리5, 6호기는 올해 상반기 중 정부로부터 건설허가를 취득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건설허가를 받으면 본관기초 굴착을 시작으로 최초 콘크리트 타설, 원자로 설치, 연료 장전 등 주요 공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현재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3월, 신고리 6호기는 2022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고리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는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북경남변전소를 거쳐 전국에 공급된다.”
-인근 주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고리원자력본부의 핵심은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지방자치단체, 인근 주민이 참여하는 원전소통위원회와 원전안전협의회 등 제도적으로 정착된 정례적인 소통회의체는 물론 주민자치위원회, 이장단협의회 등 주민 단체와도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원전 인근 75개 마을과 고리본부 부서를 연결해 1촌1팀 자매마을을 운영해 각 마을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듣고 협조를 구하고 있으며, 지역주민 등 3,000여명에게 각종 원전운영정보를 휴대전화문자로 전송, 공감을 얻고 있다.”
부산출신으로 동아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한전에 입사한 이용희(58) 본부장은 중앙연구원 신형경수로(APR1400) 개발팀장과 건설처 사업관리부장, 신월성건설소장, 건설처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고리원자력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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