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잔액 1조3,000억 달해… 공모채 4600억 중 개인이 절만
남은 자산 없어 손실 불보듯
“경영난에도 고금리 회사채 발행 투자자에 손실 전가” 비난 봇물
한진해운이 지난 22일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회사채 투자자 등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운업황 악화로 장기간 경영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무리하게 고금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사채 잔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공모채가 약 4,600억원(신주인수권부사채 345억원 포함), 신속인수제로 발행한 회사채가 8,000억원 가량이다.
이중 공모채의 경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까지 포함할 경우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 투자자들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율협약에 들어가더라도 채무조정에 따른 일부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출자전환이 이뤄질 경우 채권 중 일부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물론, 향후 주식이 감자(減資)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은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은 자구노력 일환으로 이미 적잖은 자산을 매각해 처분할 자산이 별로 남아있지 않은데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산은 3조원이 넘는 담보 채권을 보유한 선박금융이 우선 처분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이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회사채를 팔아 손실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한진해운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2012~13년 연 5~6%대 고금리 회사채를 잇따라 발행했다. 2012년 6월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5.9%로, 당시 시중 예금평균금리를 2%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채의 거래가격은 액면가의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당시에도 이미 한진해운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이 잘 유통되지 않아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미발행 물량을 일부 떠안기도 했다. 2013년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이 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1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동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한진해운 전 회장으로 특수관계자이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는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하면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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