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2> 알파고에게 세 판을 내리 져서 ‘인공지능을 이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인간 챔피언’이라는 영예와 우승 상금 100만 달러가 모두 물거품이 됐지만 오히려 이세돌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난생 처음 인공지능이라는 ‘괴물’을 상대로 맞아 마치 ‘인류 최후의 전사’가 된 듯했던 무거운 부담감도 자연스럽게 털어냈다. 또한 지난 세 판의 대국 경험을 통해 알파고가 막강한 실력을 갖췄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분명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승부사의 본능으로 확실히 느꼈다. 3국이 끝난 후 이세돌이 자신의 완패를 인정하면서도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말 그대로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사상 최강의 절대 고수와 멋진 한 판 승부를 벌여보고 싶을 뿐이다.
이세돌의 이 같은 마음가짐이 반면 운영에서도 느껴진다. 좌상귀에서 알파고가 1로 두 칸 협공했을 때 과거에는 <참고1도> 1로 두 칸 뛰는 변화가 대유행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프로들의 실전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요즘은 백이 2, 4로 좌변에 자리를 잡고 흑은 3, 5로 귀를 단단히 굳히는 진행이 일반적이다. 6도 약간 의외다. 평소의 이세돌 같았으면 <참고2도> 1, 2를 교환한 다음 3으로 두는 좀 더 적극적인 수법을 구사함 직도 한데 의외로 온건한 쪽을 택했다. 오히려 너무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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