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
정치적 성격 이유로 장소 변경해 논란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개막됐다. 국내 영화제 중 평화를 주제로 처음으로 열리는 강정영화제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개막일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영화제 개최 장소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리게 됐다.
이번 영화제는 ‘모다들엉, 평화’(제주어로 모두 모여)라는 주제로 지난 23일 서귀포성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서귀포시 강정마을 등 일원에서 10개국 34편의 영화가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입장료는 모두 무료다.
각 섹션에는 기수갈고둥, 돌가시나무, 층층고랭이, 연산호군락, 구럼비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위협을 받고 있는 강정마을의 생태환경을 상징하는 이름이 붙여졌다. 또 섹션마다 평화, 환경, 인권, 여성, 생명, 노동, 농업, 이주민 등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양한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 무대에 올랐다. ‘업사이드 다운’은 위와 아래가 뒤집힌 세월호를 가리키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뒤집힌 가치와 질서를 꼬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강정-오키나와, 섬들의 연대’를 주제로 평화포럼도 열린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철수 운동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과정을 돌아보는 한편 ‘기억투쟁으로서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투쟁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대해 온 감독들을 패널로 초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소설가 전성태, 시인 박성우, 강봉수 제주대 교수가 참여하는 평화 북콘서트와 영화제작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학교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오는 26일 폐막식에서는 강정평화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폐막작으로는 ‘우리 승리하리라’(감독 미카미 치에)가 무대 위에 오른다.
앞서 강정평화영화제는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서귀포시와 서귀포예술의전당측이 정치적 이유로 대관을 불허하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결국 개막식 장소는 서귀포성당으로, 상영관은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등 강정마을 일대로 변경됐다.
영화제조직위는 지난 1월부터 서귀포예술의전당에 장소 사용 협조 요청을 했지만 서귀포시는 대관 승인을 보류하다가 지난 12일 ‘취지와 목적, 행사의 구성과 내용 등을 관련 규정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체적으로 정치성을 띠고 있고 편향적 우려가 있어서 공공시설인 예술의전당 대관은 부적절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통지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불허는 위법한 규정에 따라 이뤄진 만큼 그 처분 역시 위법하다”며 영화제 이후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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