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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변신… ㅁ자 한옥으로 주택난 해결

입력
2016.04.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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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 온돌 고층 설치 불가능

고층화 대신 이웃과 벽체 공유

삶의 방식 지속하며 근대에 대처

관훈동 118번지 연립한옥을 위에서 찍은 모습. 안창모 제공
관훈동 118번지 연립한옥을 위에서 찍은 모습. 안창모 제공

서울 인사동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한정식 집이 몰려있는 골목길 이곳 저곳을 헤매다 보면 분명 작은 한옥인데 지붕의 용마루가 유난히 길게 이어진 긴 집을 만나게 된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8번지 일대의 한옥이다. 의아해서 인접한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 보니 반듯한 ‘ㅁ’자형의 한옥이 줄지어 있다. 이른바 연립 한옥이다.

서양의 문물과 제도는 1876년 개항과 함께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양 문물을 수용할 수 있는 서양 건축을 지을 수 있는 기술자를 확보하는 게 어려웠다. 이때 우리의 전통 건축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서양에서 도입한 기계와 제도를 수용하기 위해 한옥의 층고가 높아졌다. 공간은 넓어졌고 벽돌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통 건축과 서양 건축의 묘한 만남은 서양 건축 교육을 받은 우리 건축가가 탄생할 때까지 계속됐다.

주택도 중요한 변화에 직면했다. 근대사회로 접어들며 도시에 사람이 몰렸다. 제한된 땅에 집 지을 공간은 부족했다. 거주 밀도는 급속히 높아졌고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서양이나 일본의 도시에서는 고층화된 공동주택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한국에서는 주택의 고층화가 불가능했다. 사실 구조적으로 건물을 다층집으로 만드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목조건축에서 불을 품에 안는 온돌을 고층에 설치하는 게 불가능했다. 단순히 온돌이 없는 다층집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오래된 거주 습관을 단기간에 바꿔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발명된 게 연립한옥이다. 연립한옥은 온돌을 계속 사용하면서도 땅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었다.

전통 건축은 벽체에서 튀어나온 처마가 이웃집 처마에 부딪치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불가피하게 땅의 낭비를 만든다. 연립한옥은 이러한 낭비를 막기 위해 벽체를 이웃과 공유했다. 벽체를 공유하면 하나의 지붕을 유지할 수 있어 돌출된 처마로 인한 땅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절약된 땅만큼 주택을 싼 값에 많이 공급할 수 있다.

관훈동 118번지 연립한옥의 도면.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 제공
관훈동 118번지 연립한옥의 도면. 송인호 서울시립대 교수 제공

관훈동 118번지 일대, 다섯 채 한옥이 붙어 있는 형태의 ‘5호 연립 한옥’은 이렇게 탄생됐다. 연립한옥은 우리의 전통 건축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지속하면서 근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진화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도성 안에 남은 유일한 ‘5호 연립한옥’이다.

안창모 경기대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 ‘지켜야 할 근대 건축’ 시리즈 더 보기

- (2) 거대한 로마네스크 양식 속 아늑한 멋: 대한성공회성당 사제관

- (1) 2층 한옥의 마지막 세대... 100년 간 남대문 상권 지켜봐: 서울 남대문로 한옥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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