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적자로 고전중인 조선업계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거론되면서 정부가 대상업체를 선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경영진이 고액 연봉을 챙기는 대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협력업체를 먼저 살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24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조선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도입한 이 제도는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고용안정 대책이다.
실업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5%를 넘어야 지정할 수 있는 ‘고용위기지역’ 제도와 달리, 특별고용지원업종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심의·지정할 수 있다. 이는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미리 고용 안정대책을 시행하자는 취지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특별연장급여, 전직·재취업 등을 지원받는다. 실업자는 6개월 간 실업급여를 연장 지원받을 수 있으며, ‘취업성공패키지’나 ‘내일배움카드’ 등으로 재취업 훈련도 지원받는다. 각종 취업특강 및 채용박람회도 열린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업이나 휴직 조치를 하면, 정부는 임금의 일부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원한다. 재직자 훈련비 지원과 생계비 융자도 이뤄진다. 한마디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실업자는 물론 재직자도 고용 안정을 위한 특별 혜택을 받는 셈이다.
문제는 자구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이러한 혜택을 누리려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조선업체 노조나 경영진은 이러한 모습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퇴사자 수만큼 자동 충원’ 등 무리한 임단협 안을 내놓았다. 심지어 매년 우수 노조원 100명 이상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총 21억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대표도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더는 자발적인 자구 노력만을 기다리기 힘들다고 본 정부는 ‘선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정부가 반드시 그 업종에 속하는 모든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사정 등 특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제한할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 조선업체가 자구 노력을 끝내 거부할 경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후 어려운 사정에 처한 협력업체 등을 먼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고용 지원을 받기 위한 자구 노력으로는 임금 및 복지수준 삭감과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 등이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자동으로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라며 “고액 연봉을 받는 조선업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까지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기업 조선업체가 자구 노력을 마련해 시행하면 뒤늦게라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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