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화장품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화장품 브랜드숍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페이스숍, 미샤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숍이 지금까지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판매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편집숍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2위 기업인 LG생활건강은 지난 2월 자사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한데 모은 화장품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론칭해 현재 총 1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광화문에 1호점을 연 데 이어 2개월 만에 강남역, 가로수길, 홍대, 건대역, 이대, 명동, 신촌 등에도 새로 여는 등 매장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광화문점과 신촌점만 완전히 새롭게 문을 연 신규 매장이고, 나머지 매장은 기존 투마루 매장의 간판을 바꿔 달았다. 네이처컬렉션에서는 더페이스샵, 비욘드, 투마루 등 LG생활건강 브랜드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방문해 더페이스샵이나 비욘드 같은 브랜드가 모두 같은 회사 제품이었느냐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다양한 제품과 매력적인 판촉행사 때문에 입소문이 많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최근 편집숍 ‘뷰티넷’을 론칭했다. 뷰티넷은 에이블씨엔씨의 주력 브랜드 미샤 뿐 아니라 세컨드 브랜드인 어퓨, 스위스퓨어의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 매장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대학로에 뷰티넷 1호점을 낸 데 이어 연내에 추가로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현재 720여개에 이르는 미샤 매장 가운데 일부를 뷰티넷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어퓨 매장은 30곳 미만이었고 스위스퓨어는 매장이 아예 없었는데, 편집숍 확대를 통해 이런 세컨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자주 선보일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수 화장품 기업들이 편집숍 확대에 나서는 것은 브랜드 운용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과 브랜드 홍보에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숍을 새로 론칭하려면 보통 1,000 가지 이상의 제품 구색을 갖춰야 매장을 개설할 수 있지만, 편집숍이라는 채널이 있으면 소수의 제품만 갖춘 신생 브랜드도 더욱 쉽게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
아울러 특정 브랜드만 이용하던 고객이 자연스럽게 자사의 다른 브랜드를 접하게 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최근 올리브영, 왓슨스 같은 생활형 편집매장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때문에 젊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화장품 기업들의 편집숍 론칭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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