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들이) 측은하고, 살아가는 게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파리기후 변화 협약식’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날 한국일보 등 일부 현지 특파원과 인터뷰를 갖고,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의 공식석상에서 활발한 외부 접촉보다는 스스로 고립시키는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표진과는 아예 눈길을 맞추려 하지 않았고, 유엔 회원국 대부분도 리 외무상이 ‘핵에는 핵으로 맞서겠다’는 과격 발언을 내놓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윤 장관은 “이날(22일) 오전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후변화 협약식’ 행사장에서 남북한 대표단끼리의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리 외무상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아예 만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에 따르면 우리 대표단 자리가 출입문 근처여서 리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이 수시로 왕래했지만, 의도적으로 눈길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윤 장관은 남북 대표단의 조우 가능성에 대해 사전 지침을 받은 건 없지만, 우리측도 어색한 상황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장관은 전날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고위급 회의에서 이뤄진 리 외무상의 ‘핵무기’발언 당시 상황도 설명했다. 빈곤퇴치와 개발도상국 개발지원 등이 핵심인 회의에서 리 외무상이 과격한 발언을 내놓자, 참가국 대표단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의례적으로라도 연설이 끝난 후 박수 친 국가가 없었다고 소개했다. 윤 장관은 “그런 모습을 보고 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게 힘들구나. 전혀 컨텍스트에 맞지 않는 얘기인데, 해야 하는 그 쪽의 상황이 딱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경분야에서의 남북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가장 시급한 환경분야 협력사업으로 북한의 상수도 시설 지원을 꼽은 뒤,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을 통해 우리 의사를 전달해도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상황이 심각한 북한의 산림 황폐화와 관련, “산림녹화만의 문제가 아니며 비료와 땔감ㆍ식량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방북 당시 경험을 설명하며, 녹화를 해도 나무를 심는 것은 기본이고 비료와 땔감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북한은 평양에서 해주까지 모든 산이 헐벗었다”며 “(화학비료 부족으로) 평양 시민까지도 퇴비를 1인당 200㎏만들어야 한다는데, 음식 버린 것으로 만들 수 없으니 나무 베어오고 하면서 산림 녹화가 이뤄질 리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뉴욕=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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