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악취 민원이 전체 민원의 46%
주민들 삶의 질 떨어뜨리고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어줘 ‘님비’현상 발생
농협축산경제는 지난 19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냄새 저감’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습니다. ‘냄새’가 다른 모든 축산 이슈를 제치고 최우선 순위로 등극한 건 그만큼 축산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축산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데요,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민원은 전체 민원의 46%에 달합니다. 민원이 가장 많은 가축은 돼지(46%)였고, 소(29%), 개(14%), 닭(11%)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축산 악취는 보통 축사 내 가축 분뇨에서 뿜어져 나오는데요. 가축의 분뇨는 요긴하게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름이 될 수도 있지만, 아무런 처리 없이 방치할 경우 악취를 뿜어 축사 일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그렇다 보니 단순 민원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한 곳도 있습니다.
경남 하동의 경우, 2년 전 군 주변에 진동하는 악취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습니다. 냄새의 근원은 하동군에서 16개 동의 축사시설을 갖추고 돼지 2만여 마리를 사육하는 경남지역 최대 규모 양돈장. 당시 해당 양돈장이 군에 증축 계획을 밝히자 그 일대 3개 마을 150여 가구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은 “양돈장이 들어선 후 25년째 냄새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증축은 물론, 가축사육 제한 지역 확대를 군에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이어 ‘대한민국 알프스’라는 하동의 이미지가 축산 악취로 훼손되자 군은 이듬해 지역 구분 없이 5가구 이상 주거 밀집지역에서는 축종별·사육두수별 가축사육시설 신축·증축을 대폭 제한하는 것으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읍면 소재지 위주 주거 밀집지역과 상수원보호구역에서만 가축사육 일부를 제한했던 기존 조례보다 강화된 겁니다. 현재 하동군 외에도 올해 들어서만 벌써 경기 동두천시, 연천군, 충북 괴산군, 충남 청양군 등 4곳이 주민들의 반발에 축산 증축 및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축산 악취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우리 동네에서는 안 된다’는 ‘님비’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앞서 2014년 경남 함양에서는 대규모 기업형 축산단지 조성을 두고 지역주민들이 ‘축산 폐수 및 악취’를 우려하며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해 축산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됐습니다. 이에 양돈 전문가들 및 업계에서는 “악취 발생으로 인한 민원이 더 큰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전에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줄이었고, 정부 또한 이에 호응해 최근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올해 2월 축산업선진화 태스크포스(TF) 과제로 ‘축산악취 저감’과 ‘축산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축분뇨 처리체계 구축’을 내세웠습니다. 민원이 잦은 지역과 광역화된 축산시설이 있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가축분뇨를 수일 이내에 수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골자입니다. 또 개별농가나 시설단위가 아닌 시ㆍ군의 계획과 의지에 따른 광역단위 축산악취 개선사업을 통해 축산악취 지역주민의 불편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소할 예정입니다. 농협은 정부와 별개로 보다 촘촘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장별 냄새 전문 컨설팅 및 상담실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컨설팅 인력을 육성하고,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냄새민원 발생지역으로 컨설턴트 등을 긴급 출동시켜 민원 해소하는 ‘클린업 축산 119 출동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농가의 의식개선이 필요합니다. 농협 관계자는 “영세농 중에는 여전히 예전 재래식 방식을 고수하며 위생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곳도 있다”라며 “축산업의 발전과 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농가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서 위생과 냄새 억제에 신경 써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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