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워싱턴 특파원이 지난 며칠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의 뉴욕 유엔본부 방문 때문이지요. 한국일보가 리 외무상의 방미를 단독 보도한 만큼 그의 실제 행보를 지근(至近) 거리에서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볼거리를 발견했습니다. 리 외무상 취재를 위해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근처 호텔에서 20일 밤을 머물고 21일 낮 유엔본부 건물로 가는 도중 좀처럼 보기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뉴욕 지하철에 비보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만난 것입니다.
‘수트핀 불리버드’역에서 출발하는 뉴욕 지하철 E라인을 타고 맨해탄으로 가는 도중 4번째 정차역(포레스트 힐)과 5번째 역(루즈벨트 애비뉴) 사이에서 갑자기 즉석 공연이 벌어졌던 것이죠. 흑인 청년 3명이 휴대용 음향기기를 들고 타더니, “지금부터 공연을 할 테니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이게 무슨 소린가. 혹시 불량한 사람들 아닌가’ 걱정하며 봤더니, 첨부된 동영상처럼 멋진 공연을 펼치더군요.
청년들은 이미 여러 번 비슷한 공연을 했는지, 객실에 설치된 봉과 손잡이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멋진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동영상에는 두 명의 공연만 나오지만, 실은 처음 공연은 검은 상의를 입은 청년이 객차 한 가운데 봉을 잡고 휙휙 날아다니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잠시 넋이 빠졌다가, 정신 차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를 시작한 게 흰 상의를 입고 몸의 유연성을 과시한 청년부터입니다.
동영상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공연 후 청년들은 모자를 돌려 약 5달러 가량을 관람료로 받아갔습니다. 저도 동영상을 한국일보닷컴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출연료 명목으로 1달러를 냈습니다.
‘당신들의 정체가 뭐냐’고 묻기도 전에 돈을 받아 루즈벨트 애비뉴역에서 하차한 청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객 여러분 절대 따라 하시면 안됩니다. 우리 공연은 매주 목요일 똑같은 장소에서 열립니다.” 뉴욕 지하철 공간의 다양한 문화를 엿 볼수 있게 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뉴욕=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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