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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다르고 싶은 욕망에... 덕후 세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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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다르고 싶은 욕망에... 덕후 세상이 온다

입력
2016.04.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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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강한나ㆍ김보름 지음

미래의 창 발행ㆍ272쪽ㆍ1만4,000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다. 밤 사이 들어 온 이메일도 체크한다.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를 보다 SNS도 열어 본다. 페이스북으로는 부족하니 인스타그램도 훑는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버스 시간을 조회한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다. 탑승에 무리가 없을 듯해 가는 길에 음악도 듣는다. 뭔가 부족해 친구에게 문자도 보낸다.

기상 후 한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했다. 분주한 모습이 기특하기까지하다. 언젠가부터 멀티태스킹은 미덕이 됐다.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뇌는 더욱 바빠졌다. 정보는 더 많아졌지만 요령 있게 잘 처리해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일을 하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을 확인하다 보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주기적으로 정보가 업데이트 안되면 불안하기도 하다. 책은 단호하게 말한다. 사실 인간은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사람들”은 아주 고집스럽게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컨설팅에 잔뼈가 굵은 두 명의 저자는 바로 이 “요즘 사람들”에 주목한다. 불규칙한 데다 비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근거는 간단하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욕구’를 지녔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의 대가인 척 살고 있지만 동시에 멀티태스킹의 환상에서 고통 받는 이상한 심리를 분석해 앞으로 그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 지 예상할 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반복적 작업’이다. 뇌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단순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이나 놀이로만 여겨졌던 색칠이 유행하며 한때 ‘비밀의 정원’ 같은 컬러링북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필사책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는 움직임도 보인다. 극단적으로는 스마트폰이나 PC를 금고에 넣고 잠그게 하는 호텔에 굳이 찾아가 투숙하는 식이다. ‘멍 때리기 대회’같은 기이한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혹사 당하는 뇌를 보호하기 위한 자기방어심리를 알고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행동이다.

책은 열 두 가지의 심리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요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이한 행동 패턴을 읽어 내고 앞으로 주목 받을 트렌드를 예측했다. 저자들은 “스스로를 평균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남과 다르다고 믿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속성에 기인해, 세상이 점점 더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세상’으로 흐를 것임을 점친다. 또한 “사람들은 자연 속에 있을 때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즐거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음을 최소화한 제품에 주는 ‘조용한 마크’인증이나 ‘웨어러블 공기 청정기’ 등이 각광받을 거라고 자신하기도 한다.

독자 대부분이 이 책의 내용에 ‘뜨끔’하지 않을까 싶다. 휴가철에 세계를 누비면서 주말에는 한산한 골목길을 기웃대거나, 스낵 컬처를 즐기면서 긴 호흡의 글을 갈망하는 불규칙하고 변화무쌍한 우리 모두 “요즘 사람들”이니까.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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