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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영화 열풍에 박수만 쳐야 할까

입력
2016.04.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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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개봉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최근 다시 극장가를 찾아 5만 관객을 모았다. 씨네그루 제공
1999년 개봉했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최근 다시 극장가를 찾아 5만 관객을 모았다. 씨네그루 제공

지난 7일 개봉한 독립영화 ‘스틸 플라워’는 박수 받을 만한 영화다. 출신을 알 수 없는 소녀(정하담)의 힘겨운 삶을 그린 이 영화는 평범의 궤도에서 이탈한다. 버려진 집에 홀로 사는 소녀의 출신이나 거리의 삶을 살게 된 이유를 굳이 밝히지 않는다. 전통적인 화법을 거부하면서도 관객을 소녀의 불운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다.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비정한 세상의 모습을 비추며 소녀의 가냘픈 희망을 응원한다. “일하고 싶다”는 소녀의 절규는 개인의 영역에서 좀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며 공감을 얻는다. 영화는 구호를 외치거나 분노를 터트리지 않으면서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끄집어낸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21일까지 ‘스틸 플라워’를 본 관객은 2,01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좋은 영화가 관객의 호응까지 넓게 받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지난 7일 열린 제3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산다’(감독 박정범)도 비슷한 처지다. 살아간다는 게 힘겨운 투쟁인 밑바닥 인생들의 막막한 일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감독의 땀이 깊이 배어있다. 주연을 겸한 박 감독은 고된 노동을 그대로 연기하며 극단의 사실주의를 스크린에 구현한다. 지난해 개봉한 ‘산다’의 관객은 4,398명이었다.

따분하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인 예술영화들은 정말 장사가 안 되는 걸까. 지난 13일 재개봉한 이탈리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는 21일까지 5만1,583명을 모았다. 1999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라지만 좀 과한 흥행 성과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재개봉 뒤 일일 흥행순위 10위권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개봉(14일)한 멕시코영화 ‘크로닉’의 관객은 4,002명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수작이지만 관객들은 외면하고 있다. 관객수로 두 영화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세계 영화계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감독(미셸 프랑코)의 신작이 옛 영화에 밀리는 모습은 씁쓸하다.

최근 극장가에는 재개봉 영화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도 재개봉 바람을 타고 예상 밖 환대를 받고 있다. 재개봉은 잠깐 동안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듯하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재개봉 영화 시사회가 1주일에 한두 차례 열린다. 중년층이 옛 영화를 만나며 추억에 젖고, 젊은 관객들이 고전의 향취를 느끼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수작들은 외면 받고 재개봉 영화에만 관객들이 줄을 서는 모습은 우려를 살 만하다. 대작 상업영화나 옛 영화가 점령한 요즘 극장가에서 국내 영화산업의 암담한 미래를 예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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