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열(25ㆍ나이키골프)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안병훈(25ㆍCJ그룹), 김경태(30ㆍ신한금융그룹)와 함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후 컷탈락을 5차례나 기록하면서 그의 세계랭킹도 급격히 뒷걸음질 쳤다. 140위 언저리였던 세계랭킹은 반 년 만에 231위(한국 남자 선수 상위 13번째)까지 추락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한국 선수 상위 2명 이내에 들어야 한다. 노승열은 20일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인데 올림픽에도 꼭 나가고 싶다”며 “출전이 결정되는 7월 11일까지 최대 10여 개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우승권 성적을 올려야 리우행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하는 게 골프인 만큼 스스로를 잘 관리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 안병훈은 31위, 김경태는 62위에 올라 있다. 노승열은 남은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최소 1~2차례 선두권에 들어야 이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노승열은 특히 절친 안병훈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뛰어난 운동능력과 좋은 멘탈을 물려받았다. 훌륭한 선수이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기도 하다”며 “병훈이는 유러피언투어(EPGA), 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해 만날 기회가 많진 않지만, 노력해서 서로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노승열은 국내 여자골퍼들에 비해 남자골퍼들에 대한 관심이 적은 현실에 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여자골프는 거리나 코스 세팅에서 남자골프와 많이 다르다. 따라서 요구되는 파워나 스킬도 차이가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자골프가 특성을 잘 살려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남자골프도 그만의 특성, 선수, 경기 관전 포인트 등을 잘 살려 시청자와 갤러리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PGA처럼 수준 높은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맵시골프’인 여자골프와 ‘다이내믹 골프’인 남자골프는 특성에 맞게 차별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강조했던 바이기도 하다.
노승열은 “타이거 우즈(41ㆍ미국)처럼 좋은 영향력을 주는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의 탁월한 경기력에 근접한 선수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골프보다 유명한 것이 우즈다”며 “그처럼 골프를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최근 쇼트 퍼팅 향상을 위해 레슨과 연습에 집중했다는 그는 22일 PGA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이어 29일 취리히 클래식에 출전한다.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고 언급한 노승열은 “특히 취리히 클래식은 2년 전 우승했던 대회인 만큼 자신감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초반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노승열은 올해엔 부상 없이 시즌 전반기를 소화하고 있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3개 대회에선 25위 이내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아울러 평균타수(71.220)와 드라이버 비거리(293.6야드), 그린적중률(65.19%), 평균 퍼팅(1.751) 등에서 무난한 기록을 보이고 있다. 드라이버 정확성(47.80%)이 다소 불안한 상황이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되찾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대회들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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