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점쳐지면서 북핵 해결과 관련한 ‘이란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그간 북한에 이란의 핵협상 타결의 교훈을 참고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는 점에서 북한과 협력관계를 맺어왔던 이란의 중재를 통해 북미간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리 외무상의 유엔 일정은 21일 지속가능개발목표 고위급토론과 22일 파리협정 서명식 참석이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엔의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이란 외무장관이 회담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란이 미북 양국간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리 외무상은 지난해 9월 유엔 정기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져 올해도 양자간 회담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파리협정 서명식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자리프 외무장관은 19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란핵협상 이행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22일 한 번 더 회담을 갖는다. 현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미가 직접 대면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만큼, 북한-이란-미국이란 삼각 양자 회담을 통해 북미간 의사 타진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20일 북미 양자 회담 가능성에 대해 “케리 장관이 리 외무상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북핵 대화가 교착된 상태에서 이란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이란이 핵 개발로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오다 지난해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 지었고, 북한과도 미사일 개발 등 은밀한 협력을 맺어왔던 나라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북핵 문제 해결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비슷한 처지였던 이란이 북한을 설득하기를 기대할 수 있고, 북한으로선 이란의 협상 경험을 배울 수 있다. 실제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이란식 제재를 가하면서도 여러 차례 “북한이 이란의 방향을 고려하면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란 모델을 따르라고 강조해왔다. 앤토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은 19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우리와 갈등을 보이는 나라도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우리도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이 이란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고 또 다시 이란 모델을 언급했다. 이란처럼 핵 포기 수순에 나서면 미국이 언제든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다음달 1~3일 이란 방문에 나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이란의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그간 여러 회의에서 이란의 핵타결 사례를 언급하며 이란 모델에 관심을 보여왔다”며 “이란 방문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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