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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으론 지구를 지킬 수 없다

입력
2016.04.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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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에 생각해 본 화장품

오존층 뚫리면 염색체 변이 UV-C ‘재앙’

‘안티폴루션’ 보단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건강한 피부를 위해 반드시 챙겨 발라야 할 화장품이 ‘자외선차단제’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을 지니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으며 UV-A와 UV-B, UV-C 세 종류로 분류된다.

자외선차단제보다 소중한 오존층

자외선차단제에는 대부분 SPF 지수와 PA 지수가 함께 표시돼있다. SPF 지수는 피부에 기미, 주근깨, 검버섯을 만들고 일광화상 및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UV-B의 차단 능력을 나타낸다. PA 지수는 피부 깊숙이 침투해 멜라닌 색소를 생성시키는 UV-A의 차단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중의 자외선차단제 가운데 UV-C를 막아준다는 제품은 찾을 수가 없다. UV-C의 경우, 대부분 지구 오존층이 막아내므로 따로 차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UV-C는 염색체 변이를 일으키고 단세포 유기물을 죽이며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등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UV-C가 오존층과 같은 일종의 거름막을 거치치 않고 고스란히 지표면에 도달한다면 그 해악이 단지 피부에만 그치지 않는 셈이다. 그땐 사람은 물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나아가 멸종을 걱정해야한다.

그런데 1985년 영국의 남극조사팀은 UV-C를 비롯해 자외선의 과도한 침투를 방어하는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를 비롯한 화학물질이 원인이었다. 전 지구적 위기에 봉착한 국제사회는 1987년 9월 프레온가스 사용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는 등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노력에 매진했다.

오존층을 보호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수고가 드는 일이지만 UV-C를 막아내는 자외선차단제를 개발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인류뿐 아니라 이 땅의 생명체와 지구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더욱 타당성을 갖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노력 덕분에 다행히 오존층 파괴현상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지구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극심한 환경오염의 산물 ‘안티폴루션 화장품’

화장품 시장에는 최근 이른바 ‘안티폴루션(anti pollution)’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안티폴루션 화장품이란 말 그대로 공해로 인한 오염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피부를 망치는 오염물질로 대표적인 것이 요즘 극성인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자동차나 공장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공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매우 작은 알갱이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끼치는 해악은 자외선 못지않다. 각종 중금속이 섞여있으므로 그 자체로 유해성이 클 뿐만 아니라 모공보다 작아 피부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이다. 모공을 막은 미세먼지는 피지 분비와 피부 재생, 순환 작용을 방해하고 결국 트러블을 야기한다. 아토피나 민감성 피부의 경우 더 쉽게 피부가 건조해지고 가려움증도 심해진다.

자외선이 그러하듯 미세먼지 또한 피부 건강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정도다. 체내에 침투한 미세먼지는 배출되지 않고 쌓여 각종 염증을 유발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UV-C 차단제가 무의미한 것처럼 안티폴루션 화장품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발상도 무모한 것이 아닐까?

마침 오늘(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의 날’은 19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수 만 명의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대규모 자연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시위한 날을 기념해 민간 차원에서 제정됐다.

아무리 좋은 자외선차단제가 개발된들, 아무리 획기적인 안티폴루션 화장품이 나온들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 건강한 피부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단지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삶,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오늘 하루라도 ‘지구의 날’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 중요할 때다.

‘녹색구매’ 는 이렇게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녹색상품을 구매하는 일이다. 녹색상품은 에너지 효율이 좋고 오염물질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재활용됐거나 재활용성이 좋아야한다.

또 자연상태에서 생분해가 잘돼야하고 화학적 표백제나 방부제 등을 사용해선 안 된다. 여기에 천연성분 재료로 만들었고 개발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거나 위기에 처한 생물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더욱 좋다. 보충 및 재충전(refill)이 가능해야한다는 점도 녹색상품의 한 조건이다.

녹색구매네트워크가 제정한 녹색구매 지침은 아래와 같다.

- 구매 전 꼭 필요한지 제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불필요하다면 구매하지 않는 것이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폐기물을 줄이는 길이다.

- 이왕이면 자연생태 파괴를 최소화한 방법으로 원료를 채취하고 생산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 수리나 부품 교환이 용이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한다.

-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 인체에 해를 미치는 중금속, 유기염소계 화합물 등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물질을 배제한 상품을 구입한다.

- 자원과 에너지 소비가 적고 향후 재활용이 쉬운 상품을 선택한다.

- 동일한 물품을 산다면 재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방법이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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