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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글로벌 침체 속 적자 수렁... 현대重 3000명 감축 임박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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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매각 등 비상경영체제 불구

1분기 선박수주량 10분의 1로

삼성重은 단 1척도 수주 못 해

업계 1만명 감원설 현실화 우려

해운업도 양대 선사 부채 13조

비싼 용선료-낮아지는 운임 탓

배를 띄울수록 손해보는 구조

용선료 인하 협상 만만치 않아

지난 20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비상경영체제 선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5월부터 휴일근로를 전면 폐지하고, 6월부터 고정 연장근로를 없애며 조직슬림화를 통해 388개인 부서를 290개로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의 내용을 놓고 조합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말라”는 댓글에 “실제 상황이며 거의 확정적”이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21일에는 해양 플랜트 설계 인력들이 근무하는 서울 상암동 DMC의 사무소가 폐쇄된다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서울과 울산 등에 흩어져 있던 설계 담당 인력들을 모아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도록 했는데 플랜트 일감이 사라지면서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무소를 폐쇄한다는 게 골자였다. 곧이어 직원 3,000명을 감축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안이 노조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계획만큼 퇴직 인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사업본부별로 인원을 할당해 권고사직 형태로 인원을 줄인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1월 사무직을 중심으로 1,500명을 감원했던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회사가 최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개혁 방안들을 고민하며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되지 않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밝히는 건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다음 주중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시작으로 조선업계에 떠돌던 ‘총선 후 1만명 감원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흉흉한 구조조정 논의가 확산되는 것은 조선업계가 생존 벼랑 끝에 몰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지만 올해 들어 선박 수주량마저 급감하며 위기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으로, 전년동기(347척)의 22% 수준까지 급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1분기 수주량은 불과 8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분의1로 줄었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현대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수주한 3척을 포함해 단 6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은 자회사인 루마니아의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수주한 유조선 2척을 계약 이전하는 방식으로 겨우 ‘수주 제로(0)’를 면했다.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조선업체들의 대규모 손실의 주범이었던 해양플랜트는 올해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국내 업체에 맡겼던 해양플랜트의 인도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달 초 대우조선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 지역을 고용 위기지역으로 선정해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했다. 지자체와 고용노동부의 심사 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1년간 정부 지원금이 주어진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용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며 조선산업이 회복되지 않으면 6월부터 2만여명의 근로자가 대량 해고되면서 고용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한 해운업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매년 적자가 누적되면서 부채 규모가 6조원으로 불어났다. 한진해운 역시 2013년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해 말 부채가 6조5,795억원에 달했다.

해운업은 경제가 급성장한 중국의 물동량 증가로 2000년대 중후반 큰 호황을 누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줄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후 해운업체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유하던 배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신 외국 선사들에게서 배를 빌려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이 이후 부실을 가속화하는 화근이 됐다. 선박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임대하는 게 관행인데, 지금보다 운임이 5~10배 이상 높았던 호황기에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반면 운임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배를 띄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은 2012년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평균 1,379달러에서 2015년 620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두 회사가 지난해 용선료로 지불한 금액은 현대상선이 1조8,793억원, 한진해운이 9,288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해운업체들은 용선료를 낮춰달라는 협상을 선주들과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계상황에 닥친 산업의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무더기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자칫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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