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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도시 송도, '태후'도 찜한 곳이지 말입니다

입력
2016.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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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서 '상전벽해'

국제비즈니스 허브와 베드타운 갈림길에

마천루 숲·글로벌 캠퍼스

축구장 50배 크기의 공원

교육·문화·쇼핑 인프라 갖춰

맥 못추던 집값도 덩달아 회복

드라마 단골 촬영 관광객 몰려

국제비즈니스 허브 '골격' 불구

국제업무단지 공실률 높아

"베드타운 전략 우려" 목소리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벼룩시장 굿마켓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벼룩시장 굿마켓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포장도 다 끝나지 않은 도로 위로 맨홀 뚜껑이 불쑥 튀어나와있어 피해가며 운전을 해야 했어요. 비가오면 도로가 진창이 됐죠. 한번은 해외에서 고객이 왔는데 차 바퀴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일도 있었어요.”

회사원 권모(39)씨가 기억하는 2005년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는 ‘날 것’이었다. 권씨는 2005년 송도국제도시로 발령 받았고 2010년부터는 서울을 떠나 송도에 정착한 ‘송도 토박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가 넘는 허허벌판은 도시가 됐다.

주말인 16일 찾은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중앙공원). 축구장 50배에 이르는 약 37만㎡ 크기의 공원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팔짱을 낀 연인,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이 가득했다. 1.8㎞ 길이의 해수로에서 카약, 오리배를 타는 모습은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공원 앞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이곳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인근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송도는 퇴근 후나 주말에 굳이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집 앞 공원, 쇼핑가에서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젊은층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말했다.

바다 위에 도시를 짓는 송도 개발사업은 1979년 매립 계획이 수립되면서 구상됐다. 1984년 수도권정비기본계획에 송도신도시가 반영됐고 2년 뒤 정보화신도시 조성계획도 세워졌다. 현재의 국제도시 개념은 2000년대 들어와 확정됐다.

본격적인 개발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은 순조로웠으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8년 전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가 직격탄이었다. 송도 개발은 24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제업무단지 개발을 포함해 인천대교 건설 등에 50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불황 탓에 송도는 4, 5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민’만 넘쳤다. 2010년 개교한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은 학기 중에만 거주하는 서울 강남 주민들 때문에 요동쳤다.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은 불과 몇 년 새다.

2003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2005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 10년, 송도에는 오피스 건물로는 국내 최고층인 동북아무역센터와 송도 컨벤시아, G-타워 등이 들어섰다. 센트럴파크와 해돋이공원, 미추홀공원 등도 조성됐다.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한 주거단지와 쉐라톤인천호텔 등 호텔과 잭니클라우스골프장 등도 자리잡았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대우 본사 등 포스코 계열사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입주했다.

2006년 아시아ㆍ태평양 정보통신 교육원(UN APCICT)을 시작으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한국사무소, 세계은행그룹(WB) 한국사무소,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등 13개 국제기구도 속속 송도에 자리잡았다.

콘서트홀 등을 갖춘 아트센터 인천과 유통업계 ‘빅3’를 포함한 유통사들의 복합쇼핑몰, 아웃렛, 영화관 등도 차례로 문을 열 예정이다.

국립 인천대와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문을 열었고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에는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유타대, 겐트대 등이 들어왔다. 채드윅 국제학교와 자율형사립고인 인천포스코고,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등도 개교했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 측은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비교 결과 송도 공립중학교의 학력이 서울 강남, 목동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학원업계 한 관계자도 “송도에도 강남ㆍ목동 등과 비슷한 학원빌딩이 생겨난 지 오래”라며 “경기 광명, 시흥 쪽 수요도 송도에서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 자리잡으면서 인구도 급증했다. 송도 인구는 올해 1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겼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13년만이다. 3월 말 기준으로 3만1,698가구, 10만2,459명이다. 2012년 1월 인구가 5만5,00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덩달아 부동산 가격도 뛰었다. 2010년까지 분양가 이하를 맴돌던 집값은 서서히 회복해 현재 평균 3.3㎡당 1,300만~1,350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2017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의 경우 프리미엄이 최대 6,500만원이 붙는 등 아파트 프리미엄이 평균 4,000만~5,000만원 수준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송도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개발 진척률은 2월 말 기준으로 59.1%(전체 53.4㎢ 중 1.5㎢) 수준이다. 매립도 전체 46㎢ 가운데 29.0%가 끝나 62.8%에 머물고 있다. 아직까지 대형병원이 없고 부족한 대중교통 등 불편한 점도 많다.

직장인 박모(34)씨는 “자가용 없이 서울 강북, 경기에서 진입하는 게 쉽지 않고 송도 내 버스도 노선이 적은데다 배차시간이 너무 길다”며 “상권도 특정지역에서 몰려있어 직장인, 대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음식점 사장은 “평일 낮에는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어 거리가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도는 1단계(2003~2009)와 2단계(2010~2014)를 거쳐 2022년까지 예정된 3단계의 개발사업이 모두 끝나면 26만4,000여명이 거주하는 도시가 된다. 도시가 점점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수많은 국제기구가 들어섰지만 송도의 외국인 거주자는 2,323명으로 전체 인구의 2.2%에 불과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난해 송도를 포함한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 11억달러(신고금액 기준)를 유치했으나 투자 규모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상당수는 복합쇼핑몰 등에 대한 투자였다. 개발 완료 시점이 조금씩 늦어지고 국내외 기업 유치도 최근 들어 주춤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송도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심가에 해당되는 국제업무단지 등의 오피스 대부분이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라며 “기업들의 송도 진입을 꺼리게 만든 수도권 규제와 외국계 기업들의 저조한 입주 실적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칫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도가 당초 계획대로 국제 비즈니스와 IT, BT(생명공학), R&D(연구ㆍ개발)의 중심이 될지 수도권의 또 다른 베드타운이 될지 판가름 여부는 지금부터라는 얘기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매립현황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매립현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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