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71) 전 충북도교육감이 9억원대 로봇 구매 비리에 연루된 전 도교육청 간부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21일 청주지방법원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58)전 도교육청 서기관의 재판을 맡은 청주지법이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전 교육감과 김대성 전 부교육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소환장이 발송된 상태다.
검찰은 다음달 6일 오후 2시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 열리는 공판에 이들을 출석시켜 신문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전 서기관 사건과 관련해 당시 윗선인 이 전 교육감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기관은 이기용 전 교육감 재임 시절인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도교육청 예산담당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브로커 2명의 부탁을 받고 특정업체가 40개 학교에 학습용 로봇 40대를 일괄 납품할 수 있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시중에서 1대당 1,600만원 거래되던 로봇 가격은 납품과정에서 3,900만원으로 부풀려졌다. 자체 감사에 나선 도교육청은 이 전 서기관과 브로커들의 결탁으로 로봇 납품가가 부풀려지는 바람에 재정상 9억 1,500여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결론 지었다.
이 사건 수사 당시, 도교육청 안팎에서는 윗선 개입과 뒷돈 거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 전 서기관은 조사에서 줄곧 “지인의 부탁을 들어준 것일 뿐 윗선이 개입했거나 뒷돈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윗선 개입에 대한 특별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상황이 돌변했다. 이 전 서기관은 “당시 윗선에 보고해 추진한 사업이다. 로봇 가격에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 전 교육감이 당시 로봇 구입 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납품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전 서기관은 지난 1월 파면된 상태다. 그는 파면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도교육청에 소청을 했지만 지난 20일자로 기각됐다.
도교육청은 이 전 서기관의 재판과 별개로 그에게 재정 손해액만큼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특히 손해 발생액 회수를 위해 이 전 서기관과 브로커들을 상대로 지난 2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브로커 2명도 현재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