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우울증 기관사 자살 기도… 지난 13일 끝내 숨져
부산교통공사 “업무상 재해, 근로복지공단 판정 봐야”
최근 우울증을 앓던 부산도시철도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21일 시청역 지하통로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업무상 재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집단 반발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시청역 지하통로 분향소 앞에서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경찰의 미신고 집회 해산명령에 한때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3개 중대, 약 180명을 배치했다.
이의용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일하다가 죽는 것을 당연한 듯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 사례처럼 최적근무위원회 등을 만들어 철도 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직업적 스트레스에 대해 전문가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호포승무사업소 기관사 A(51)씨가 지난 7일 자택에서 목을 맨 채 가족에게 발견,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3일 숨졌다. A씨는 지난달 초 8주간 병가를 내고 쉬고 있었다. 병가 신청 사유는 불면증이었다. 앞서 지난 1월 진단받은 자신의 우울증은 사유로 기재하지는 않았다. A씨는 오는 22일 적성검사를 앞두고 있었다.
김준우 부산지하철노조 승무지부장은 “철도안전법상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운행에서 배제된다”며 “20년 이상 기관사 업무를 한 50대 남성이 사무직 등으로 발령받으면 사실상 일을 그만두라는 식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울증 원인에 대해 “깜깜한 터널 속에서 승객이 문에 끼는 문제, 화재 등 돌발적인 상황 대처에 5~6시간 동안 신경을 쓰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스트레스에 익숙해지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누적되는 상황인데 혹시 기관사 업무에서 배제될까 쉽사리 병원에 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현재 사측에 유가족 보상(직계가족 1인 공사 채용, 위로금 지급)과 재발방지대책(우울증ㆍ공황장애 치료 및 복귀 프로그램 마련, 2인 승무제 재도입, 차량기지 기관사 용역의 재직영화, 징계위주 운영 지양)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업무상 재해 여부는 근로복지공단 판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유가족 채용은 관련 단체협약이 정부 시정명령을 받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위로금은 선례를 감안해 추후 협의할 계획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청역 지하통로 분향소는 집회 전날인 지난 20일 설치됐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앞서 14일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교통공사와 호포승무소 2곳에 분향소 설치했다가 18일 사측에 의해 철거되자 재설치, 19일 다시 철거돼 시청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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