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모바일 운영체제(OS) 관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유럽연합(EU)의 판단이 제기되자, 경쟁사들의 반사이익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티맥스 등 국내 개발사들이 만든 OS도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 구글-MS, 끝나지 않는 반독점 논란
20일(현지시간)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을 통해 안드로이드가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계약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2000년 미국 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린 판단과 유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 측은 구글의 검색 엔진이 기본적으로 휴대전화에 탑재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명 제조사와 계약을 통해 구글 앱을 대거 탑재하면서 혁신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제조사들이 휴대전화의 경쟁 모바일 OS 사용을 제한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베스타거 집행위원은 "구글은 모바일 앱 및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 선택폭을 제한했다"며 "경쟁 기업들의 기술 혁신도 가로막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의 경우 오픈소스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의미있고 지속 가능한 앱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해 왔다는 것을 주장하며 EU 집행위원회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안을 풀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켄트 워커 구글 수석 부사장 겸 법무 총괄은 "2007년 처음 도입한 개방형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제조사 및 통신사와 함께 관련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의 방식이 시장 경쟁 질서에 미친 영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우려사항을 받아들이지만 안드로이드를 통해 제조사가 비용을 절감하고 더 많은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 구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글은 소비자들을 위해 EU와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최종 혐의가 입증되면 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74억 달러(한화 기준 약 8조3,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반독점 논란은 MS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앞서 MS는 2000년 미국 법원에서 반독점 행위를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미국 법원은 MS가 윈도 OS 안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해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MS는 끼워 팔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EU도 MS가 윈도 내부에 '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 팔면서 시장 질서를 해진다며 약 5억유로(약 6,405억4,0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미국 법원과 같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강제로 탑재해 경쟁사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EU의 MS 반독점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대응하는 사이 경쟁사 구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이 입증될 경우 OS 사업이 위축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 토종 OS '티맥스-타이젠', 독자 생존력은
이러한 상황에서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7년만에 독자 OS를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뛰어 들었다.
티맥스오에스는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발표회를 통해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인 '티맥스OS'를 공개했다.
▲ 티맥스 모델들이 티맥스OS를 소개하고 있다. 티맥스 제공
티맥스OS는 윈도, 안드로이드, iOS 등 대부분의 PC·모바일 플랫폼 앱, 3D 그래픽, 디바이스 드라이버 분야에 대한 호환성을 제공한다고 사측은 밝혔다. 유닉스 기반 OS의 취약점으로 지적되었던 그래픽 기술인 X윈도우를 배제하고 티맥스 자체 기술로 그래픽 커널을 개발하며 단점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OS 보안 취약성을 해결한 시큐어 존을 통해 개인과 기업 간 업무 공간, 시스템과 사용자 환경을 분리할 수 있어 보안 위험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티맥스오에스는 설명했다. 비인증 앱 실행을 위한 격리된 환경도 제공하며 4가지 선택적 보안 단계를 거친 클라우드 보안이 탑재됐다.
이 밖에 티맥스오에스가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오피스(TmaxOffice)'와 웹브라우저 '투게이트(ToGate)'도 함께 발표됐다.
티맥스오에스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출시한 이후, 내년까지 티맥스의 11개 해외법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노크할 계획이다.
▲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가 자사의 운영체제 티맥스O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티맥스 제공
그러나 티맥스오에스는 이날 발표회에서 불안한 요소를 노출하기도 했다. 티맥스OS의 베타 버전을 시연하는 도중 시스템이 멈춘 후 PC가 재부팅 됐기 때문. 순서를 뒤로 미뤄 구동에는 성공했지만 7년전인 2009년에도 PC용 OS '티맥스 윈도'를 공개하고 스타크래프트를 시연하던 중 다운돼 결국 출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티맥스 윈도 개발사였던 티맥스스코어는 삼성 SDS에 매각됐고 당시 개발진은 삼성전자의 독자 OS인 타이젠 개발 부서로 보직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삼성의 독자 OS 타이젠의 상황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글로벌 협력사들과 개발한 타이젠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단말의 경우 안드로이드가 탑재되고 있으나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일부 전략폰에는 타이젠이 OS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인도 시장에서는 약 2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세 번째 타이젠폰 'Z2'를 비롯해 다양한 타이젠 라인업을 추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의하면 지난해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약 300만대가 팔려나가며 글로벌 OS 점유율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타이젠은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로 플랫폼을 확대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 타이젠 소개 이미지. 타이젠 홈페이지 캡쳐
IT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모바일과 PC 시장의 OS 점유율은 구글과 MS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면서도 "반독점법 위반이 현실화 될 경우 다양한 OS들이 시장 점유율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토종 OS도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