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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곤색’ 정장

입력
2016.04.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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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색 정장에 물방울무늬 분홍색 넥타이 차림의 김 대표는….”

이는 지난주 총선 투표가 끝난 직후 어느 정당의 모습을 보도한 한 언론 기사이다. ‘곤색’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감색(紺色)’의 ‘紺’이 일본어로 ‘곤’이다.

우리말 속의 일본어는 대부분 과거 일제 강점기의 산물이다. 그 시기에 잃어버린 우리말을 찾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광복 직후인 1948년 정부는 “우리말 도로 찾기”라는 책자를 발간하였는데, ‘도시락’도 이 책에서 제안되어 결국은 ‘벤토’를 이겨낸 말이다.

‘곤색’을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 역시 적지 않았으나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필자의 십대 딸아이도 이 말을 쓰는 걸 보면 꽤나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 같다. 물론 일본어라고 하여 무조건 배격할 필요는 없지만 ‘곤색’은 고유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어서 굳이 두고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의 대안도 많다. 그 가운데 널리 쓰이는 것은 ‘감색’이다. 또 ‘진남색’(진한 남색)이나 ‘검남색’(검은 빛이 도는 남색)이라는 순화어도 있다. 무엇보다도 ‘감색’처럼 이미 자리 잡은 말이 있다면 ‘곤색’은 더더욱 피해야 할 말이다. 그래서 위 기사는 유감스럽다.

반면에 같은 기사의 ‘물방울무늬’는 반가운 말이다. 이 역시 일본말에서 온 ‘뗑뗑이’가 적잖이 쓰이기도 한다. 또 영어에서 온 ‘도트 무늬’도 종종 쓰인다. 이 가운데 ‘물방울무늬’가 여러 모로 가장 예쁜 말이다.

‘곤색’과 ‘물방울무늬’가 한 문장 안에 있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그보다는 “감색 정장에 물방울무늬 분홍색 넥타이 차림”이 더 자연스럽고 좋은 표현 아닐까. ‘곤색, 뗑뗑이’와 같은 일본말, 이제는 사라졌으면 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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