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파리기후변화협정 서명식 참석…반기문·케리 회동 가능성도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20일(현지시간) 유엔 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미라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이해 당사국들과의 물밑접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을 출발한 에미리트항공 201편으로 뉴욕 존 F.케네디국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뉴욕 시내의 숙소로 출발했다. 리 외무상은 21일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 고위급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22일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 핵 및 장거리미사일 실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터라 리 외무상의 행보 하나하나가 전세계의 관심사다. 하지만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공항이나 숙소 앞에서 만난 취재진을 향해 일절 언급을 삼갔다. 이에 따라 21일 회의석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평화협정 체결,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리 외무상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한국이나 미국측 인사들을 만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유엔 관계자들이 말했다. 리 외무상이 미국측 카운터파트인 존 케리 국무장관을 면담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미국측은 기존의 조건을 제시하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케리 장관이 리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면서 “두 사람 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보고 판단한다”면서 양국 간 대화와 만남을 위해서는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실질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리 외무상이 2014년 뉴욕 방문 때 친북 성향 재미교포단체가 주최한 환영회, 예술공연 등에 참석한 바 있어 이번에도 돌발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 이후 7개월 만이다. 리 외무상은 23일 뉴욕을 떠나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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