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라운 홈런 생산 속도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박병호(30ㆍ미네소타)를 향해 반신반의했던 미국 현지 언론의 예상 성적을 통쾌하게 깰 페이스다.
박병호에 대해 시즌 전 미국 매체 ESPN 판타지는 26홈런,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 판타지는 27홈런을 예상했다.
그러나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는 최근 4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전에 6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5로 뒤진 8회 1점 홈런을 쳤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상대 오른손 투수 타일러 손버그의 시속 126㎞ 초구 커브를 힘껏 받아 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번에도 비거리 126m의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전날 밀어친 홈런에 이은 이틀 연속 대포다. 또 시즌 12경기에서 /4개째를 신고했다.
미네소타가 소속된 아메리칸리그에서 박병호보다 홈런을 많이 친 선수는 로빈슨 카노(시애틀), 크리스 데이비스, 마크 트럼보, 매니 마차도(이상 볼티모어), 조시 도널드슨(토론토)까지 5명이 5개씩을 쳤다. 공동 6위인 박병호가 지금처럼 3경기당 1개 꼴로 홈런을 친다면 남은 149경기에서 산술적으로 49.6개를 더 추가한다. 그렇다면 최대 54개까지 가능하다.
4년 연속(2012~15년)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할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속도다. 시즌 4호 홈런을 때린 시점을 기준으로 출전 경기수(올해 12경기)에서는 최종 52홈런을 때린 2014년(13경기)보다 1경기 앞섰다. 홈런당 타수(올해 10.75)에서도 53개를 넘긴 2015년(9.96)과 큰 차이가 없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와 기나긴 원정 이동, 빡빡한 경기 일정까지 감안하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빅리그에 이정표 하나 정도는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아시아 출신 선수의 신인 첫 해 최다 홈런은 2003년 일본인 마쓰이 히데키(당시 뉴욕 양키스)가 기록한 16개다. 강정호(피츠버그)는 지난해 15개로 1개가 모자랐다. 아시아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역시 마쓰이가 2004년 31개로 이름을 올렸다. 박병호는 마쓰이가 갖고 있는 두 개의 기록을 뛰어 넘어 미네소타 신인 첫 해 최다 홈런(1963년 지미 홀 33개)까지 갈아치울 태세다.
앞으로 박병호가 홈런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빠른 볼 공략이 과제다. 4개 중 직구를 홈런으로 연결한 것은 19일 밀워키전 한 차례뿐이다. 나머지 3개는 상대적으로 느린 슬라이더 2개와 커브 1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의 직구 평균 시속은 149㎞다. 한국프로야구 직구 시속 141㎞보다 8㎞나 빠르다. 박병호의 넥센 시절 스승 염경엽 넥센 감독은 19일 인천 SK전에 앞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만 따라가면 지금보다 더 활약할 것”이라며 “직구를 잡으면 변화구 공략은 쉽다. 한국 타자들의 변화구 대처 능력은 메이저리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20일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시즌 타율을 0.233(43타수 10안타)으로 올렸다. 안타 10개 중 홈런 4개, 2루타 2개로 장타만 6개다. 팀은 5-6으로 패해 4연승이 끊겼지만 박병호의 ‘거포 본능’에는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경기 후 “박병호는 야구 지능이 매우 뛰어나다”며 “그의 스윙이 타구에 맞아 들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구단도 트위터를 통해 “그가 또 해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한편 ‘언히터블’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서 1-2로 뒤진 6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2개를 잡았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치른 7경기 7⅔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줬고, 삼진은 무려 13개나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컵스에 1-2로 패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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