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정치ㆍ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했다. “모든 희망의 좌절조차 견디어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의지를 갖추어야”한다고, “그 어떤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년의 저작 <직업으로서의 정치>(전성우 옮김, 나남출판)에 그렇게 썼다.
저 책은 1919년 1월 독일 뮌헨대 진보학생단체 ‘자유학생연합’이 주최한 ‘직업으로서의 정신노동’에서 베버가 한 강연을 엮은, 정치 철학의 고전이다.(1917년 11월의 강연 저작 <직업으로서의 학문>도 있다.)
그는 국가를 목표나 기능이 아닌 특수한 수단, 즉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 주체로 규정했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자는 그러므로 “모든 폭력성에 잠복해 있는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135쪽) 그 힘을 적절하게 제어하기 위해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 그의 ‘열정’은 비창조적인 흥분 즉 개인적 자기 도취와 구분되는 ‘대의에 대한 뜨거운 확신’이다. ‘책임의식’은 합법적 폭력 행사권이라는 수단을 위험하고 파괴적으로 휘두르지 않게 하는 덕목이다. ‘균형감각’은 일종의 거리감이다.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107쪽)
더불어 그는 정치인의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 특히 책임 윤리를 강조했다. 신념을 갖되 정치의 결과가 신념(의도)에 어긋난다고 해서 세상의 어리석음을 비난해선 안 되며, 인간이란 어리석고 비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해 정치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의 강연은 1차 대전 패전 독일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이뤄졌다. 직업, 나아가 소명(vocation)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저 높다란 기준에 비춰 현실은 그를 불행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택한 학자답게 끝내 냉정과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1864년 오늘(4월 21일) 태어나 저 강연 직후인 1920년 6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56세.
※4월 19일자 ‘4.19’사진으로 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사진이 잘못 나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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