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라 우 뗏 우 마웅 주한 미얀마 대사는 미얀마의 민주화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외교관으로 미얀마를 대표했다. 브루나이와 이집트 대사를 거쳐 올 1월 주한 대사로 부임했다. 인맥으로 치면 구 정권 출신 인물인 셈이지만 그에게서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에서 만난 뚜라 우 뗏 우 마웅 대사에게서는 도리어 미얀마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아 가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뚜라 우 뗏 우 마웅 대사는 특히 최근 출범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중심의 미얀마 민주정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NLD는 70%에 이르는 국민들의 지지를 업고 출범했다”면서 “미얀마의 정치지도자들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부의 활동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 중심의 신정부가 앞으로 펼칠 변화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_미얀마는 최근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이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 반면 군부와 신정권이 복합돼 있다며 비관론을 펼치는 시각도 있다. 새 정부는 안정적인가. “새 정부는 평화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정권을 확보했다. 때문에 새 정부는 명확하게 단단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미얀마의 정책이 다양하게 변화하겠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인만큼 그 정부의 정책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함께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
_NLD는 수치 여사를 후임 대통령으로 옹립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정치적 분쟁이 심화되지 않겠나.
“수치 여사는 모두가 존중하는 미얀마의 정치 지도자다. 그와 다른 정치지도자들 모두가 어느 위치에 서있든 미얀마를 위한 정치를 펼치고 국가의 발전과 안전에 기여할 것이다.”
_미얀마의 국명 문제도 이슈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란 국호가 군부 정권의 산물이라며 ‘버마’란 단어를 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향후 국명이 바뀔 가능성은 있는가.
“우리 나라의 공식적인 국명은 미얀마다. 공식 문서는 미얀마를 모두 미얀마로 칭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각 국내에서 미얀마를 버마로 칭하고 거기에 혼동이 없다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 미얀마에서 버마로 국명 변경이 될 지는 미얀마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면 국호는 변경될 수 있고, 아니라면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국제무대로 올라선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얀마는 세계 양강인 미국, 중국으로부터 중시되고 있다. 특히 민주화 개혁 이후 미국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미얀마를 방문했고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은 2013년 백악관을 방문한 첫 미얀마 수장이 됐다. 동시에 미얀마는 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한다. 수치 여사가 외교장관 자격으로 처음 접견한 해외 인사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인 데서도 대중관계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아울러 미얀마를 오랫동안 역내국가로 인정하고 지원해 온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도 미얀마의 주요 외교과제다.
_미얀마는 아세안의 일원으로서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대미관계의 변화도 가능한가.
“미얀마의 외교 정책은 기본적으로 모든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려는 것이다. 미얀마는 아세안 국가들의 총의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중국과의 대화도 계속해나가고자 한다. 물론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도 더 발전적인 관계를 원한다.”
_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미얀마의 입장은 무엇인가.
“미얀마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의하며 이를 준수할 것이다. 미얀마는 전쟁에 반대한다. 핵무기 확산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 위협을 부른다. 그렇기에 미얀마는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이번 조치를 지지한다.”
뚜라 우 뗏 우 마웅 대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과 미얀마의 유사한 전통과 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한류’가 미얀마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도 두 국가의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얀마는 1980년대 초반 아웅산묘소 폭발사건으로 인해 한국과는 불편한 관계에 놓인 적도 있지만 그는 미얀마가 아시아 축구 최강국으로서 한국과 명승부를 펼치던 60~70년대를 거론하면서 “그 때부터 한국과 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_한국 방송과 영화도 미얀마에 진출하며 한류가 유행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류는 어느 정도 인기인가.
“ ‘주몽’이나 ‘대장금’ 등의 사극,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단히 인기가 있다. 저녁 황금 시간대에 3개 채널이 모두 한국 드라마를 방송할 때도 있을 정도다. 젊은 ‘한류’ 팬들은 한국어에 매우 능숙하다. 기본적으로 미얀마인들과 한국인들은 외모도 비슷하고, 중국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던 것도 비슷하다. 그래서 미얀마 청년들이 한류 드라마에 친숙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_미얀마 진출의 애로를 토로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많다. 부동산 확보를 포함한 제도적 문제가 있지 않나.
“예전 이야기다. 미얀마는 2012년 해외투자법을 도입해 해외 사업자가 현지 파트너를 두지 않고도 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합법적으로 토지를 빌릴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최근 해외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투자의 여지가 많다. 미얀마는 세계 최대 시장인 인도와 중국과 육로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와 라오스, 태국도 인구가 많다. 또 풍부한 지하 자원과 농토가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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