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회주의 혁명의 영웅 피델 카스트로(89)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오랜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고별사를 남겼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공산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나는 곧 세상을 떠나겠지만 쿠바 공산주의 이념은 지구상에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 90세가 된다. 아마 이번이 내가 이 홀에서 말하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입을 연 그는 “그러나 쿠바 공산주의 사상은 열정과 품위를 가지고 일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물질적, 문화적 재화를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로 지구 상에 오래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2008년 은퇴한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 7일 한 학교를 방문하는 모습이 국영방송에 보도됐을 뿐 최근 몇 년 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도 침묵하던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떠난 뒤인 지난달 28일 “제국이 주는 어떤 선물도 필요하지 않다”는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푸른색 아디다스 운동복을 입고 등장한 카스트로 전 의장은 “피델!”을 연호하는 당원들의 환호 속에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당당했지만 고령인 탓에 목소리가 떨렸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고별사를 남김에 따라 체 게바라와 함께 1959년 쿠바 공산혁명을 이끈 혁명1세대는 대부분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쿠바 공산당은 피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84) 의장 겸 공산당 제1서기를 임기 5년의 의장직에 재선했다고 발표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