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이란 3년 이상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미만인 회사를 가리킨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도 낮다는 뜻이다. 따라서 좀비기업은 회사를 운영할수록 빚만 더 늘어나는, 사실상 죽은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작년도 사업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좀비기업의 정체가 속속 드러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의 전체 기업 중 2,561개, 10.6%가 한계기업이었다.
이는 500대기업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 500대 기업도 10%가 '좀비'
20일 기업 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국내 500대 기업 중 33개가 좀비기업이었다. 전체 기업의 6.6%인데, 연결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에서 빠진 120개사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8.7%다.
이들 33개 기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총 5조1,146억원이나 됐다. 기업 1개 당 평균 1,550억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년(3조8,027억원)보다도 34.4% 늘었다.
때문에 이들 좀비기업들은 작년 저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감소에도, 좀비기업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작년 이들 기업의 이자비용은 2조9,034억원으로 전년(3조841억원)보다 5%이상 줄었지만, 영업손실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500대 기업 중 내년에 좀비기업이 될 수 있는 곳도 10개나 됐다. 이자보상비율이 지난 2년 동안 1보다 낮았던 회사들이다. 좀비기업과 이들을 합치면 43개사로, 380개사 중 11.3%나 된다
◆ '좀비 왕' 삼남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은 좀비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이 무려 -149.43이나 돼 그야말로 '좀비기업 왕'에 등극했다. 삼남은 삼양홀딩스와 일본 미쓰비시 화학이 각각 40%, GS칼텍스가 2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 같은 삼남의 재정난에는 테레프탈산(TPA) 시장의 불황 영향이 크다. 삼남의 주요 사업분야인 TPA는 화학섬유 원료인데, 최근 중국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심각해졌다. 실제로 TPA 시장에서 삼남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한화종합화학(전 삼성종합화학)도 2014년에 42억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봤었다.
다만 작년 삼남의 이자보상비율은 전년(-250.03)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작년 영업손실도 314억원으로, 전년(-765억원)보다 두배나 줄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오랜만에 흑자를 기록했고, 1분기 실적도 손익분기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회생에 대한 기대가 높다.
◆ 건설ㆍ조선 상태나빠
업종별로는 건설 및 건자재 관련 기업이 좀비기업 중 9자리나 차지했다. 작년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음을 확인해주는 결과다.
가장 상태가 나쁜 회사는 쌍용건설로, 이자보상배율이 -27.13이나 됐다. 상장폐지를 겪었던 2014년(-0.11)보다 20배 이상 커진 것이다. 작년에 936억원의 영업손실을 겪으며 적자전환한 KCC건설도 이자보상비율이 -7.69나 됐다. 한화건설도 2014년(-3.84)에 이어 작년에도 -4.64를 기록, 경영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경남기업이 이자보상비율 -3.51을 기록했다. 경남기업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달 말 매각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동부건설(-1.9), 두산건설(-1.05) 등이 뒤를 이었다.
작년에 극심한 위기를 겪었던 조선ㆍ기계ㆍ설비 업종에서도 좀비기업이 6개나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자보상비율이 -30.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대삼호중공업(-7.15), 두산엔진(-4.83)도 적자 수준이 상당했다. 그나마 STX중공업(0.16)은 영업손실만은 피했다.
그 밖에 삼남과 같은 석유화학분야에서는 OCI(-1.95), 현대코스모(-0.47) 등 6개사가 좀비기업에 포함됐다.
아울러 현대상선(-0.95) 등 운송업체가 3개, LG실트론(0.16)등 IT전기전자와 대창(-1.99) 등 철강업체가 각 2개씩 좀비기업에 포함됐다.
식음료 업종에서는 CJ푸드빌(-0.42)이, 상사업종에서는 STX(-0.84)가 유일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