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에 걸친 칠레 피노체트 군부 독재를 종식시킨 ‘칠레 민주화의 상징’ 파트리시오 아윌윈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97세.
아윌윈 전 대통령은 이날 산티아고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칠레 정부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거쳐 오는 22일 국립묘지에서 국장으로 고인을 안장할 방침이다.
고인은 1960년 정계에 투신했으며 상원의원과 기독교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특히 197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무너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피노체트가 철권 통치 15년 만인 1988년 그의 집권 연장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 아윌윈 전 대통령은 야당 연합을 이끌며 국론을 통합해 55%의 반대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노련한 정치력을 갖춰 ‘늙은 여우’로 불리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 칠레의 민주개혁과 경제개방을 동시에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칠레가 민주주의를 빚지고 있던 지도자를 잃었다”며 “그는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