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스마트 패션 전도사로 나섰다. 테크놀로지와 패션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스마트 패션을 미래의 럭셔리 중 하나로 규정하며 “디자인 역량과 첨단 기술을 갖춘 삼성이 K-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국제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회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의 연사로 나서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을 지원해온 삼성의 노력을 소개하고, K-패션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갤럭시폰을 화면에 띄우며 “삼성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고 말문을 연 이 사장은 영어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미래의 럭셔리를 ‘무한’(Limitless) 가능성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Timeless) 가치가 럭셔리로 인식됐지만 빅데이터,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소셜 미디어가 융합하면서 미래의 럭셔리는 새로운 창조적 가치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패션의 미래 가능성도 무한대로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에 있을 때도 각자의 방에서 스냅챗으로 대화하는 10대 딸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SNS로 소통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급부상하면서 SNS를 통해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고 재생산하는 이들 세대가 패션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에서나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와 세계 젊은 소비자를 매혹시킨 K-뷰티, 아시아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K-팝과 K-드라마의 영향력 등을 통해 서울이 미래의 럭셔리 시장 판도를 가늠할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장은 “삼성이 K-패션의 디자인 역량과 미래 가능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정욱준 디자이너 등을 배출한 삼성디자인펀드와 삼성 디자인 스쿨 SADI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주관한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수지 멘키스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전자산업으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패션 부문에서도 이렇게 활발한지는 유럽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한국에서 영국 왕실과 유사한 삼성이 패션 유통뿐 아니라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듣게 될 것”이라고 이서현 사장을 초청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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