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화문역과 경복궁역에 걸어서 십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주택가. 그곳이 바로 달동네로 통하는 우리 동네다. 인왕산 자락에 있기 때문에 산중에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이웃 사람들이 산나물, 도토리, 산수유 따위를 한 자루씩 들고 지나칠 때다. 요즘은 데쳐서 먹을 화살나무 새순과 망초대를 뜯는 사람을 많이 보고 있다. 이런 풍경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남들은 언제 지나가 버리는지도 모른다는 봄이 내겐 길게 느껴진다. 인왕산을 젖꼭지처럼 물고 있는 그들은 아직 제비꽃으로 꽃밥을 해먹는다는 것은 모르는 듯하다. 하얀 쌀밥 위에 보랏빛 꽃을 욕심껏 올리려면 다른 사람은 제비꽃 보기도 힘들 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은 오늘도 뭔가를 한 줌씩 쥐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인 한편 신기하기도 한 풍경. ‘이번엔 야생 부추 군락을 발견했나 보네.’ 하며 지나치다 보니 뜻밖에도 그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달래였다. 인왕산에서 난 쑥과 몸에 양기를 준다는 가중나무 새순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이젠 달래까지! 나는 어느 여행지에서 무성한 잡풀 속에서 달래를 구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 그날 같이 여행했던 사람들은 직접 캔 싱싱한 달래를 쌈장에 찍어 먹으며 동동주를 마셨고, 자주 여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바깥의 녹색빛이 초 단위 분 단위로 짙어지고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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