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14명과 함께 4ㆍ19 묘지 참배
오찬 자리서 “위기 해결 우리가…”
일각 “정계복귀 정지 작업” 관측
孫, 관련 질문엔 웃으며 언급 회피
친손학규계 전ㆍ현직 의원 15명이 서울 수유동 국립 4ㆍ19민주묘지에 모였다. 그 한 가운데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있었다.
손 전 고문이 4ㆍ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19일 서울에서 세 과시를 했다. 야권 권력지형이 급변하는 상황과 맞물려 정계복귀를 위한 정지작업이란 관측이 벌써 나온다.
손 전 고문은 4ㆍ19 기념일을 맞아 이날 4ㆍ19 민주묘지를 측근들과 참배했다. ‘친손학규’로 분류되는 더민주의 조정식ㆍ이찬열ㆍ양승조ㆍ이언주ㆍ유은혜ㆍ김민기 의원과 김병욱ㆍ임종성ㆍ고용진ㆍ강훈식ㆍ전혜숙ㆍ정춘숙 당선자, 국민의당 김성식 당선자, 서종표 전 의원 등 14명이 함께 했다. 손 전 고문 팬클럽 회원까지 130여명이 운집했다. 한 참석자는 “매년 있는 참배 행사일 뿐”이라며 다른 의미 부여를 경계했지만 “평년보다 30, 40명 정도 많은 인원이 참석해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달랐던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참배 뒤 손 전 고문은 생환한 측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거나 포옹을 했다. 이런 풍경은 공식 행사를 마친 뒤 별다른 말 없이 차를 타고 떠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와는 대조를 이뤘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가 호남에서 3석밖에 못 얻었다’,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등 정계 복귀와 관련한 질문에는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연신 밟은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근 육개장집에서 일부 측근들과 가진 오찬 행사에서는 정계 복귀 신호탄으로 읽힐 수 있는 높은 수위의 발언들이 나왔다. 손 전 고문은 “이번 총선은 4ㆍ19의 DNA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권력 독점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당선자들은) 4ㆍ13 총선을 통해 국민들과 청년들이 이뤄놓은 선거혁명을 완성된 혁명으로 이뤄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며 “20대 국회를 통해 근본적인 위기 해결을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주실 것을 부탁하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날 손 전 고문과의 오찬에 동석한 김병욱 당선자는 “오찬 내내 밝은 분위기였지만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였지, 정계 복귀 신호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 참석자는 “그의 정계복귀는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며 “문제는 결국 시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전 고문 입장에서 정치권 복귀는 총선 후 더민주의 지도체제 개편이나 야권구도 재편 흐름과 맞물린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 대표의 두 차례 지원 유세 요청에도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며 고사했고, 2014년 7ㆍ30 재보선 직후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났던 만큼 당장 복귀할 명분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는 “야권이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더민주도 국민의당도 불안정한 상황이고 문재인, 안철수 두 정치인도 야권의 구심점이 되기 힘든 구도”라며 “손 전 고문은 당분간 지켜본 뒤 이들의 통합과정에서 역할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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