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취임 후 브랜드 못 세워
눈에 띌 정책이나 성과 없어
“최경환 前부총리보다 안정적”
“부양 카드 소진” 정상 참작론도
“野大국회 상대 정책 입법보다
금융부실 막을 구조조정 힘써야”
“성과도,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이렇다 할 색깔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뚜렷한 돌파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총선 때문에 본인의 뜻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는 ‘핸디캡’은 감안해 줘야 할 요소로 평가받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부터도 무색무취하다는 애기를 들었던 유 부총리는 취임 100일 동안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립하지 못했다. 전임자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각종 규제완화와 부양책을 쏟아내며 ‘초이노믹스’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낸 것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재정 조기집행 및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을 담은 경기보완 대책(미니 부양책)을 2월에 내놓았지만, 그나마도 재탕이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어떤 일을 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나 여당 쪽 발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거나, 경기 진단이나 정책과 관련한 부분에서 발언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도 있었다. 2월까지 수출부진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들면서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을 하다가, 3월초부터는 경기 불안심리와 경제위기설을 부정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경제사령탑의 무게 중심이 ‘정권의 업적’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임기 100일의 상당 부분이 총선기간이었고 여야 정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여권에서 큰 지분을 갖지 못한 유 부총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옹호론도 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간 선거 등 정치일정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고 국회도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말했다. 전임자가 이런 저런 부양책을 죄다 써 버리는 바람에, 새롭게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었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특별한 정책은 없지만 일단 신중하게 해 온 것으로 본다”며 “지나치게 경제 활성화에 매달린 최경환 전 부총리보다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탓에 경제팀에 국회를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에서, 앞으로 유 부총리가 가장 힘써야 할 일은 구조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성인 교수는 “괜히 입법을 추진한다고 국회와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업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 역시 “조선이나 해운 부분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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