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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마트의 가습기살균제 ‘꼼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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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롯데마트의 가습기살균제 ‘꼼수 사과’

입력
2016.04.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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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너무 늦은 사과였다. 첫 피해 사례가 발생한 지 5년이 흘렀고,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 발표(1차)가 나온 지도 2년이 넘었다. 그 동안 사과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피붙이를 황망하게 잃은 유족들의 눈에서 흐르던 피눈물을 줄곧 외면하다, 왜 이제서야 갑자기 “피해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일까.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를 한 롯데마트 얘기다.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상황은 딱 하나, 검찰 수사다. 올해 1월부터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피해자들의 폐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간의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조ㆍ판매업체 측의 형사책임 유무를 가리는 수순에 들어갔다. 19일 검찰에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임원 1명이 참고인으로 출석, 업체측 관계자들로는 처음으로 조사를 받았다. 롯데마트 측도 검찰 조사를 코앞에 두고 있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측과의 합의 여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유무는 가해자의 처벌 수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수년 동안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사과의 뜻을 표명한 데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검찰에 하는 사과”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에대한 롯데마트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에대한 롯데마트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물론 지금도 연구보고서 조작, 법인 고의 청산 등으로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노력만 하는 옥시, 사과 없이 ‘피해 보상 추진’ 방침 정도만 밝힌 홈플러스보다는 그나마 롯데마트가 낫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의) 여러 관련 업체 중, 처음으로 피해 보상을 실행하기로 했다”고, 마치 ‘선제적 행보’인 양 포장하고 있는 것은 낯간지러움을 넘어 볼썽사납다. 진즉 했으면 모를까, 검찰의 칼이 자신들의 턱밑을 겨누는 이 시점에야 밝힌 사과는 ‘면피용 꼼수’로만 비친다.

때문에 롯데마트의 이번 사과에선 일종의 ‘계산’이 느껴진다. 형사처벌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악화한 여론을 돌리겠다는 속내 말이다. 그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였음을 보여주는 방법은 결국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피해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다. 2012년 8월 1차 고발이 이뤄진 지 3년 5개월 만인 올해 1월에야 본격화한 검찰 수사도 때늦은 감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제라도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고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김정우 사회부기자
김정우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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